시간이 거꾸로 가는 ‘역사박물관’
1970년부터 명보사거리 인근 2층에 오롯이 자리
45년 추억의 만화책 옛날 코흘리개들 인기 여전

30~40대 이상 나이를 먹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만화방’. 놀이문화가 그리 좋지 않았던 1970년대 만화방은 동네 코흘리개나 어른 모두의 복합 놀이공간이었다.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이기도 했다. 만화방에서 끓여주는 라면은 정말 꿀맛이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사람들로 북적였던 만화방은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문을 닫기 시작했다. 전국에 1만 곳이 넘었던 것이 지금은 700여 곳으로 줄어들었다.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든 만화방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 있다. 창인동 명보사거리 인근 2층에 있는 ‘맹호만화(☎063-855-6316).’ 김용덕 할아버지(68)가 1970년부터 45년째 운영하고 있는 ‘익산에서 가장 오래된 만화방’이다. 익산에 남아 있는 만화방 3곳 중 중앙 도심에 단 하나뿐인 곳이다.

오래된 새시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서니 만화책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아주옛날만화·무협소설’ 코너엔 1980~90년대 들여온 빛바랜 만화책이 책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시간이 거꾸로 가는 ‘역사박물관’이나 다름없다.

당시 어린이에겐 상상의 나래를, 어른에겐 재미를 듬뿍 안겨줬던 옛날 책은 이제 골동품이 됐다. 하지만 김 할아버지에겐 45년 세월을 함께한 보물들이다.

낡은 소파와 책장 등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 할아버지 덕분에 맹호만화방은 추억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익산은 물론 충남 논산 등지에서도 찾는 오랜 단골이 있을 정도다. 물론 간판을 보고 아직도 김 할아버지가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하고 반가워서 찾는 손님도 있다.

엄마에게 꾸지람 들으면서도 만화삼매경에 빠졌던 코흘리개, 방과 후 매일 같이 들렀던 학생, 돈 없던 시절 만화 보며 연인과 데이트를 즐겼던 청년들이 어느덧 30~40대 중년, 은발의 노신사가 되어 찾고 있다.

옛날만화를 찾는 손님도 있지만 신간을 찾는 손님이 더 많다. 책 한권 보는 값은 ‘만화 300원, 무협소설 1천 원.’

김 할아버지는 “돈벌이는 안 되지만 젊은 시절부터 해 온 일이어서 손을 놓을 수 없다”며 “무엇보다 맹호만화는 45년 함께한 삶의 전부”라고 빙그레 미소 지었다.

/우창수 기자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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