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진 전북도농기원 연구사 9년간 노력 한국 목이버섯 1호 ‘현유’ 개발
박경원 (주)올자란 본부장 국내 40% 생산 익산 메카 구축 일본수출역군
“대규모 생산시설 ‘배지배양센터’설립 버섯생산 1번지 성장기회 삼아야”

국내 버섯연구 최고 권위자인 유영진 농학박사(왼쪽)와 박경원 (주)올자란 농업회사법인 경영지원본부장.

국내 버섯연구 최고 권위자인 ‘유영진 농학박사(54·전라북도농업기술원 연구사)’와 ‘박경원 (주)올자란 농업회사법인 경영지원본부장(47).’ 불모지인 대한민국에 목이버섯을 싹 틔운 선구자들이다.

유 박사는 무려 9년간의 연구 끝에 ‘한국 목이버섯 1호 품종인 현유(흑목이버섯)’를 개발했고, 박 본부장은 익산을 전국 목이버섯 생산량 40%이상을 차지하는 메카로 성장시켰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버섯 역사에 길이 남을 금자탑을 쌓은 주인공들. 이들이 이뤄온 업적은 알면 알수록 놀랍기만 하다.

100% 수입하던 목이버섯은 이들로 인해 대변혁이 시작됐다. 한국 품종 ‘현유’를 개발, 전국으로 보급시켜 매년 수입으로 인해 해외로 빠져나가던 30억 원 규모의 소중한 돈이 국내에서 통용하게 됐다.

최근엔 현유를 일본으로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매월 현유 종균이 들어있는 배양배지 8천개(약 9톤)가 현해탄을 건너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것. 박 본부장은 올 수출실적 3억 원가량을 전망하고 있다.

목이버섯 국내 품종을 개발, 외화유출을 막고 외화벌이까지 이뤄낸 유 박사와 박 본부장. 익산시 금마면 서고도리 연동마을에 있는 국내 목이버섯 최대 생산기지 (주)올자란(☎063-832-0022)에서 이들을 만나 ‘현유’ 탄생 비화와 앞으로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비타민D’의 보고 목이버섯에 매료

박 본부장은 목이버섯 재배에 뛰어들기 전 순살 치킨, 완산골 명가 등 이름만 들으면 금세 알만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개발·운영했다. 전북에 본사를 두고 전국에 200여 가맹점을 거느리며 1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던 전도유망한 젊은 사업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사업차 중국에 갔다가 우연히 탈북자 4명을 구출하게 됐고, 그중 1명으로부터 또 다른 탈북자를 소개 받았다.

그 탈북자는 목이버섯 재배를 하겠다며 박 본부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박 본부장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목이버섯이 몸에 좋다는 것을 알고 눈이 번쩍 떴다.

목이버섯은 음식 중에서 ‘비타민D’를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는 데다 칼슘도 풍부해 골다공증,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변비에 효과가 좋은 영양식이라는 사실에 금세 매료됐다.

박 본부장은 투자금 3억 원이면 충분하다는 말에 목이버섯 재배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20억 원 넘게 투자금이 들어갈 줄은 까맣게 몰랐다.

2006년 1월. 훗날 백제 무왕이 된 서동의 생가 터 근처인 익산시 금마면 서고도리 연동마을에 자리를 잡고 목이버섯 재배를 시작했다. 그러나 목이버섯 재배는 말처럼 쉽지 않았다. 재배기술도 없는데다 노지에서 재배한 목이버섯은 품질이 떨어졌다.

박 본부장은 전라북도농업기술원에서 버섯 연구를 맡고 있는 유영진 박사를 찾아갔다.

9년 간 사투 끝에 탄생한 한국 목이버섯 1호 ‘현유’

유영진 박사는 박 본부장의 간청을 받고 곧바로 연구에 들어갔다. 26년간 버섯만 연구해온 국내 버섯연구 최고 권위자이지만, 목이버섯은 처음 접한 것이어서 구미가 당겼다.

2006년 당시 목이버섯은 건조한 상태로 전량 중국 등지에서 100% 수입되고 있었다. 수입액만 100억 원이 넘었다.

국내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이 안타까웠던 유 박사는 목이버섯의 적정한 생육환경(온도, 습도, 광량 등)을 정립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좀 더 손쉽게 재배할 수 있는 봉지재배법(배지) 연구에도 매진했다.

휴일도 반납한 채 몸 돌볼 겨를도 없이 목이버섯을 끼고 살았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 끝에 2008년 고품질 목이버섯을 생산할 수 있는 생육환경을 정립했다. 더 이상 수입하지 않고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목이버섯이 수입산이다 보니 막대한 로열티를 내야 한다는 게 큰 문제였다.

국내 독자 품종개발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또 다시 사투가 시작됐다. 종자개발은 그야말로 뼈를 깎는 인고의 시간.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몰입했고, 2014년 마침내 옥동자를 낳았다.

국내 목이버섯 1호 검은 목이버섯이라는 이름의 ‘현유’를 개발했다.

전국 생산량 40% 익산 목이버섯 메카 만들어

목이버섯 재배 핵심기술인 봉지재배법(배지)과 관련된 특허만 5건이다. 확실히 국내생산 기반을 구축한 것이다.

(주)올자란은 친환경농산물 인증, 농산물우수관리(GAP),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스타팜’ 지정 등을 따냈고, 목이버섯은 익산시 농특산물 공동브랜드 ‘탑마루’로 선정됐다.

박 본부장은 친환경농업을 활성화시킨 공로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주)올자란 3천 평 재배사에서 생산된 배지는 황등, 왕궁, 춘포, 삼례 등지에서만 2.5ha 재배되고 있다.

전량 위탁 재배다. 농가는 위탁수수료를 받고 판로 걱정 없이 생산에 몰두한다. 생산량이 많으면 수익도 많아지니 농가는 열과 성을 다한다. 생산량이 적어도 농가에 주는 페널티도 없다. ‘함께 잘사는 농촌 건설’이 박 본부장의 경영철학.

위탁 재배하는 7개 농가는 평균 6만 개 배지를 공급받아 목이버섯을 생산, 연간 5천만 원~6천만 원가량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박 본부장은 이들을 통해 연간 200톤가량을 생산한다. 순수 국내산은 약 500톤가량에 불과하니까 무려 40% 이상 차지하고 있다. 명실 공히 익산이 목이버섯 생산의 메카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전국 농협, 아이쿱(생협), 산림조합 등에 납품하는 목이버섯은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했다. 2012년 출시한 ‘목이국수 선물세트’와 '생목이 선물세트.' 가격은 1만3천 원~10만 원이다. 목이국수는 밀가루 냄새가 나지 않고, 쫄깃쫄깃해 재 구매율이 높다. 벌써부터 추석 선물세트 예약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일본서도 호평 받은 ‘현유’ 마침내 수출 길

일본은 우리나라 목이버섯 수요량의 20배가 넘는 대규모 시장이다. 라면, 우동 등에 들어가는 토핑 중에서 목이버섯이 5대 토핑으로 통할 정도로 사용량이 많은 나라다.

박 본부장은 몇 해 전 도쿄에서 열린 푸드쇼에서 ‘생 목이버섯으로 만든 회 시식행사’를 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중국, 베트남에서 수입한 건조된 목이버섯을 먹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말리지 않은 생 목이버섯 음식은 처음 맛보는 것이었기 때문.

지난해 이바라끼 현 등지의 농업회사로부터 장기 수출계약이 들어왔다. 목이버섯을 키워서 팔아야겠다며 배지를 수출해달라는 것이었다. 유 박사와 박 본부장은 재배기술도 전수했다.

올 6월 12일엔 국내 목이버섯 1호 ‘현유’가 수출 길에 올랐다. 매월 현유 종균이 들어있는 배양배지 8천개(약 9톤)가 현해탄을 건너 일본에 상륙하고 있다.

일본 농업회사는 “식감이 부드럽고 맛이 훨씬 좋다”며 극찬을 쏟아냈다. 매월 2천만 원 수익을 올리고 있는 박 본부장은 인기가 높아 올 수출액이 3억 원가량 될 것으로 전망했다.

버섯재배 지각변동 ‘익산 전국 버섯생산 1번지 도약 기회’

현유 인기가 급상승 하면서 수출계약을 맺자는 일본 농업회사들의 구애가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생산기반으로서는 내수와 수출 모두 수요량의 40%만 충족하는 수준이어서 수출에 어려움이 크다.

(주)올자란의 3천 평 재배사에서 지난 한해 생산한 배지 수는 40만개. 생산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린다고 해도 60만 개가 한계치다.

박 본부장은 지난해 약 12억 원의 매출실적을 올리는데 그쳤지만, 대량 생산시설을 갖추게 된다면 연간 300만개 배지를 생산, 내수와 수출실적이 1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한다.

때마침 익산이 ‘전국 버섯생산 1번지’로 도약할 기회가 생겼다. 지난 2월 농림부가 행정예고를 통해 ‘그동안 중국산 배지를 국내로 들여와 물을 주고 생산한 버섯을 국내산으로 인정했지만, 2016년 1월 1일부터는 수입산으로 한다’고 했기 때문.

종자 산업을 육성하는 정부로서도 매년 약 250억 원이 버섯 수입으로 해외로 빠져나가 국가적 손실이 큰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던 것이다.

이제부터 버섯 산업의 대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국내 우량 품종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에 돌입했다.

이런 점에서 익산은 최대 강점을 보유한 곳이다. 국내 버섯연구 최고 권위자 유영진 박사가 개발한 한국 목이버섯1호 ‘현유’의 생산 거점지역이 바로 익산이다.

익산이 버섯생산 1번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배지배양센터’ 설립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는 게 유 박사의 설명이다.

유 박사는 “전북의 버섯 생산 기술력은 전국 1위다. 하지만 생산 규모는 8위에 머물러 있다”며 “전북도나 익산시에서 배지배양센터 등 대규모 생산연구시설만 구축한다면 익산이 전국 버섯 메카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박 본부장은 “배양배지센터가 설립되면 전북에 버섯 재배 농가가 늘어나게 되고 고수익 기반도 갖출 것”이라며 “특히 배지를 도내 농민에게 20% 싸게 공급한다면 약 10년 간 20억 원 이상을 지역사회에 환원도 하게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우창수 기자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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