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여년 교회에 애정 쏟아… 뒤 이을 해설사 없어 아쉬워

▲ 'ㄱ'자 교회 두동교회를 오롯이 지키는 박정호 할아버지.

‘ㄱ’자 교회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성당면 두동교회(담임목사 이정완). 1929년 지어진 두동교회가 전라북도문화재로 등록되고 익산의 명소로 자리 잡기까지 열정을 쏟은 숨은 공로자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박정호 할아버지(91)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90년 동안 두동교회와 함께 세월을 지낸 산 증인이다.
할아버지에게 두동교회는 신앙생활의 보금자리이자 어린 시절 뛰어 놀던 놀이터이고, 초등교육을 받던 학교였다. 지금은 원로장로로서 성도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며 두동교회 해설사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문화재 등록 이후 관광객이 점차 늘고 두동교회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 줄 사람이 없어 할아버지가 직접 나서게 됐다. 하루에 1~2팀의 관광객을 만나도 지친 기색 없이 해설을 이어 간다.

가끔 해설 예약을 하지 않고 찾아 온 관광객들이 ‘ㄱ’자 건물 옆에 종을 치면 할아버지는 일을 하다가도 교회로 향한다. ‘혹시나 해설을 들으면 더 좋아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다.

할아버지의 해설은 생생한 기억을 고스란히 전해주듯 생동감이 넘친다. 궁궐을 지을 때 사용했다는 안면도 소나무로 ‘ㄱ’자 교회를 건축하게 된 일화부터 왜 ‘ㄱ’자 인지, 당시 240여명의 신도들이 좁은지 모르고 정답게 예배드리던 일, 90년간 어떻게 보존되어 왔는지 등을 자세하게 들을 수 있다.

특히 와전된 이야기를 바로 잡아 주는 중요한 증인이기도 하다.
“인터넷에 잘못된 정보가 많다. 교회 내부 바닥에 비밀공간처럼 열리는 작은 문을 보고 일본군의 감시를 피하는 지하 공간이라고 설명하는 해설사가 있는데 그 곳은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위해 석탄을 보관하던 창고였어.”

멀리에서 찾아 온 관광객이 정확한 역사를 알고 가길 바라는 마음에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는 마음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눈으로 보는 문화재가 아닌 마음으로 볼 수 있도록 해준다.
할아버지는 “두동교회는 김제 금산교회와 더불어 유일하게 남은 ‘ㄱ’자 교회다. 종교적 의미도 크지만 역사적으로 굉장히 가치 있는 문화재”라며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지적 안목을 통해 마음으로 보고, 교회이기에 영적 관점으로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오로지 사명감 하나로 두동교회를 지키는 할아버지. 해설을 듣고 집에 돌아간 관광객에게 감사의 편지를 받거나 ‘친구를 데리고 또 찾아 가겠다’는 연락을 받을 때면 뿌듯하고 보람된다.

할아버지의 바람은 지금처럼 교회가 잘 보존되는 것이다.
“두동교회가 문화재로 지정된 이유는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우리가 잘 가꾸고 지켜야 후손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칠 수 있다”면서 “내 뒤를 이어 있는 그대로 소개할 마땅한 해설사가 없어 아쉽다. 무엇보다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할 우리 지역 사람들의 외면이 가장 아쉽다. 우리 지역의 문화재만큼은 잘 아는 익산인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정아 기자

▲ ㄱ자 교회에서 열린 박정호 할아버지 친구의 결혼식.

▲ 'ㄱ'자 교회를 바라보는 할아버지.

▲ 1964년 'ㄱ'자 교회 옆에 새로 지어진 두동교회 예배당.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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