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지붕 아래 교실 푯말 옛 포스터 등 분위기 살린 추억의 명소
야경 보며 낭만도 만끽… 안주 값도 익산서 가장 싸 젊은층 인기

10월 23일 모현동 종로상회 건물 5층에 문을 연 ‘남녀공학 호프주점.’ 이름부터 학창시절 분위기다.

간판엔 검정색 교복에 모자(교모)를 삐딱하게 걸쳐 쓰거나 까까머리를 하고 있는 학생들의 표정을 익살스럽게 그려 넣었다.

입구엔 학교 현관처럼 ‘게시판’을 큼지막하게 걸어 놓았다.

40평정도 널찍한 주점 안 인테리어는 참으로 인상적이다. 방 6개를 만들고 그 위에 옛날 학교와 같은 양철지붕을 얹어놓았다. 나무로 된 처마 밑엔 전기가 들어오던 시대에나 쓰던 전깃줄을 두 가닥으로 나눠 지붕을 따라 기다랗게 설치했다.

또 처마 밑에 군데군데 구멍을 뚫고 그 안에 전구를 달아 은은하게 붉은빛이 새어나오도록 했다.

방 6개엔 푯말도 붙였다. 교실처럼 1반부터 6반까지. 홀에도 각각 7반부터 10반까지 푯말을 붙였다. 방 안엔 ‘명랑교실’, ‘고래사냥’, ‘청춘다방’, ‘고졸우량아’ 등 옛날 영화포스터와 검정색 교복, 바둑무늬 교련복 입은 사진을 걸어 놓았다.

방 안이 1960~70년대 학창시절 분위기로 가득하니 이곳은 까까머리, 단발머리 고교시절을 지낸 50~60대 장년층들의 추억을 곱씹는 장소로 벌써부터 소문났다. 저녁 무렵부터 술 한 잔 기울이며 향수에 젖으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홀에 있는 각 반의 탁자도 탁 트인 유리창 옆에 자리해 불빛 찬란한 야경을 바라보며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정태영 대표는 “비오는 날엔 더욱 운치가 있다”고 미소 지었다. 서른네 살 젊은 나이에 1960~70년대 풍의 호프주점을 열게 된 것은 아버지인 정말로 씨(58.예명)의 영향을 많이 받은 덕분. 가수 겸 작사가로 활동하는 아버지의 추억을 되살려 옛 학창시절 분위기를 냈다.

정말로 씨는 아들을 위해 틈틈이 주점에서 교장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은 안주 값이 저렴해 정 대표 또래의 30~40대들도 즐겨 찾고 있다. 정 대표는 “익산에서 안주 값이 가장 싸다”고 자랑했다. 건물주이자 작은아버지인 정기정 성하건설 대표의 배려 덕분에 가게 임대료 부담이 없어 안주 값을 싸게 받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인기 메뉴는 골뱅이와 소면(1만3천원), 해물파전·통마늘 닭똥집(각 1만 원), 모듬어묵탕(8천 원) 등. 정 대표의 고모 미화 씨(55)가 이곳 맛을 책임지고 있다.

/우창수 기자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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