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매점서 ‘머거본 도너츠’ 일품

이양우·손정이 부부 담백한 맛·정성 가득 담아 문전성시
서민 호주머니 생각해 13년간 단 한번 가격 인상했어도 착해

어양동 쌍용아파트 후문 삼거리에 있는 ‘머거본 도너츠(☎063-836-0448).’ 큼지막한 가게 이름 위에 ‘학창시절 매점에서 먹어본 그 맛!’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문득 어린 시절 학교 앞에서 핫도그와 도너츠를 팔던 가게가 생각나 발길을 향했다.

창문 너머 보이는 각종 도너츠가 노릇노릇 먹음직스럽다. 안에 들어서자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유혹한다. 점심때가 한참 지났는데도 도너츠를 사가려는 사람 여럿이 줄 서 있다.

가격을 보니 착하기 그지없다. 고로케(3개 2천 원), 찹쌀·도너츠·꽈배기(각 3개 1천 원), 팥도너츠·링도너츠·생도너츠(각 2개 1천 원) 등. 프랜차이즈 유명 제과점보단 배는 싸다.

주인장 48살 동갑내기 부부 이양우·손정이 씨는 “13년 간 이곳에서 장사하면서 가격을 딱 한 번 올렸다”고 말했다.

“재료값이 해마다 오르고 있지만, 서민들이 먹는 음식이다 보니 미안해서 못 올리고 있다”면서 “그저 많이 파는 게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만들어 팔고 있다”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부부는 선물용으로 사가는 손님을 위해 소포장 박스도 마련했다. 1만 원 이상 사는 손님에겐 박스포장을 해준다. 또 3만 원 이상은 퀵서비스로 무료배달도 한다.

맛을 보니 간판 문구대로 학창시절 먹던 그 맛이 떠오른다. 담백하니 식감이 아주 좋다.

맛 좋고 가격도 싸니 손님이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 엉덩이 붙일 새도 없이 하루 평균 100여명이 찾고 있다. 특히 유치원, 학원, 회사, 관공서 등의 단체 간식 주문도 많다.

부부는 “근동은 물론 멀리서 차타고 오는 손님도 많다”고 자랑했다. 맛의 비결을 묻자 “재료 배합의 차이”라는 말로 레시피 소개를 대신했다.

부부의 이력은 흥미로웠다. 고향은 정읍 덕천면. 같은 동네 친구사이다. 어릴 때부터 친했는데 서울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양우 씨는 제과제빵사가 꿈이었다. 정읍 호남고 매점에서 선배가 사준 도너츠의 맛이 강하게 작용했다. 고교 졸업 후 상경해 제과점에서 일했다. 그때 부인을 만나 평생 반려자로 삼았다.

제빵일이 힘들어 다른 일을 했지만 사업실패의 쓴 잔을 마셨다. 1996년 익산에 온 후 놓았던 밀가루 반죽을 다시 잡았다. 시골 시장을 돌며 노점을 했고, 2003년 지금의 자리에 가게 문을 열었다.

오래 손발을 맞추다 보니 모든 게 찰떡궁합인 부부는 “도너츠는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했고, 시민사랑으로 성장했다”며 “앞으로도 시민을 위해 정성을 다한 맛좋은 도너츠를 만들겠다”고 활짝 웃었다.

/우창수 기자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