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보다 밀짚모자가 더 편하네요”
전국 45곳 가맹점 둔 중견 기업인 함라면서 고추농사로 인생2막
‘24시간 영업’·‘국물 없는 볶음짬뽕’ 한국식 중화요리로 성공신화

“익산이 제2의 고향”이라며 활짝 웃는 김정만 (주)현경 대표(63). 한국식 중화요리 전문점 ‘현경’이라는 간판을 걸고 전국 45곳에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는 중견 기업인이다.

지금은 CEO자리에서 물러나 밀짚모자를 눌러 쓰고 고추농사에 푹 빠진 그를 함라면 신대리 저택에서 만나 인생기를 들어봤다.

중국집 배달부에서 사장님 변신

전남 나주 출신인 그는 1966년 상경했다. 성공의 부푼 꿈을 안고 가난한 집을 떠나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지만, 16살 어린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은 중국집 배달부였다.

곁눈으로 요리하는 것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이 기특했던 주방장은 그에게 틈틈이 요리법을 가르쳐줬다.

오랜 노력 끝에 주방장이 된 그는 1984년 꿈에 그리던 중국집을 차렸다. 목 좋은 인천 차이나타운이었지만, 사업은 녹록치 않았다. 결국 첫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는 좌절 대신 원인 파악에 나섰다. 다음엔 반드시 성공하겠다며 철저하게 사업을 준비했다.

국내 최초 ‘24시간 영업’ 전략 대박

1998년 그는 강남 신사동 도산사거리에서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어질게 살면서 높이 우뚝 서자’라는 뜻을 담아 ‘현경’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그는 고정관념의 틀도 깼다. 보통 중국집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하던 영업시간을 ‘24시간 영업’으로 대변혁을 꾀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낮밤을 가리지 않고 손님들이 몰리면서 날마다 ‘돈 통’이 가득 찼다. 24시간 영업은 그가 대한민국 중국집 역사상 최초로 내놓은 현경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국물 없는 ‘볶음짬뽕’으로 스타덤

현경만의 대표 메뉴도 내놓았다. 국물 없는 ‘볶음짬뽕.’ 특허까지 낸 한국식 중화요리이기도 하다.

볶음짬뽕은 밀가루를 손으로 반죽해 면을 뽑아 삶은 후 매운 고춧가루와 계절 채소, 해물 등을 넣고 볶아 국물이 없다.

손님들이 옷에 짬뽕국물이 튈까봐 걱정하거나 영양 많은 국물을 남기는 것이 안타까워 만든 ‘김정만 표 요리’였다.

당시 가격이 비싸긴 했지만, 볶음짬뽕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생소하고 독특한 맛에 끌린 손님들이 물밀듯 넘쳐났다.

단박에 그는 스타덤에 올랐다. 각종 매스컴에 맛집으로 소개되며 유명세를 탔다. 24시간 영업방식과 볶음짬뽕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지금도 볶음짬뽕 인기는 폭발적이다.

그의 성공 배경은 끊임없는 요리 연구였다. 장사를 뒤로 하고서라도 한 달에 한 번 꼴로 중화요리 본고장인 중국을 찾았다. 강동, 북경, 사천 등 중국 3대 요리를 맛보며 연구했다.

인고의 노력 끝에 그는 3대 요리를 통합,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중화요리를 만들어냈다.

‘한국식 중화요리 전문점’이란 수식어를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높은 인기를 얻으며 그는 대형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중견 기업인으로 성공했다.

전국 가맹점만 45곳. 까다롭기로 소문난 서울 강남에만 16곳이나 된다.

가맹점 한 곳당 30명가량 직원이 일한다고 하니 무려 1천350명을 움직이는 기업 총수인 셈이다.

독학으로 시작 강연 무대 선 지식인

신문, 잡지를 보며 못 배운 지식을 쌓았다는 그는 중국을 오가기 위해 책으로 중국어를 독학했다. 처음엔 서툴렀지만 날이 갈수록 유창해졌다.

강동, 북경, 사천 등을 다니며 중국인 요리사를 한국으로 데려오기까지 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인 입맛까지도 사로잡겠다는 심산이었다.

계획은 적중했다. 중국인 손님이 크게 늘어난 것. 그는 중국인 요리사를 각 가맹점에 배치했다.

집안 형편 때문에 배움의 길이 짧았던 게 평생 한이었던 그는 늦깎이로 ‘아주대학교 최고 지식인 CEO 과정’을 공부했다.

강연 무대에 서 성공 노하우를 전하는 강사로도 유명세를 탔다. 독학으로 시작해 지식인으로 우뚝 선 순간이었다.

그는 ‘근면·절약’을 성공 노하우라고 했다. 특히 “이것이라고 판단하면 뒤를 돌아보지 않고 밀어붙이는 추진력도 성공비결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그는 ‘잘나가는 CEO’자리를 그만 두고 생면부지 땅 익산으로 내려와 자연인이 됐다.

2010년 함라면 신대리 1천700평 땅에 연못과 수영장, 정자, 잔디밭 등이 깔린 그림 같은 2층짜리 대저택을 지었다.

당초엔 일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우수 직원들도 초청해 하룻밤 머물다 갈 수 있는 별장용이었지만, 심혈관이 좋지 않다는 병원 진단을 받고 요양차 아예 눌러 앉았다.

아들 김현우 씨(39)에게 사업을 물려준 그는 농업인으로 변신했다. 놀고먹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데다 좋아하는 진돗개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삶이 무료했기 때문. 그는 (사)진도개협회 익산시지회장을 맡고 있다.

“농사는 눈동냥도 안 해보았다”는 그는 고추농사를 지었다. 그가 개발한 ‘볶음짬뽕’ 재료인 매운 고추를 가맹점에 공급하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초보이다 보니 농사짓는 주민들을 찾아다니는 게 일이었다. 농업교육도 빠뜨리지 않고 받았다.

고추농사 4년 째. 그는 농업인이 다 됐다. 유기질 비료 등을 많이 써 알찬 수확도 거뒀다. 첫해 본점에만 납품하기도 모자랐던 수확량이 3곳에 보낼 만큼 많아졌다. “내년엔 고추묘 1만 개를 심겠다”며 잔뜩 고무돼 있다.

농사짓고, 함라산 둘레길도 산책하며 건강을 되찾은 그는 부인 이경숙 씨(60)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고, 또 주변 사람들도 챙기며 즐겁게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취재를 마치고 길을 나서는 기자에게 “언제든지 놀러 오라”며 미소 짓는 그의 얼굴은 편안한 이웃집 아저씨 모습을 담고 있었다.

/우창수 기자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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