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살 때 입문 40여 년간 바른 길 걸으며 ‘최고봉’ 올라
최연소 6급 주무관 승진 등 교육행정 공무원계 역사 써내려가
“성실‧정직하면 인정받는다”…전문성 신장 후배에 당부

내년 1월 1일 사회적응을 위해 6개월간 공로연수에 들어가 사실상, 올 연말을 끝으로 정년을 맞는다.

전북 교육행정직 공무원계의 거목이 아쉬운 작별을 고하는 것이다.

18살 때 교육계에 입문한 그는 41년 수많은 자리를 두루 거치며 교육행정의 역사를 써내려간 산증인이다.

1975년 1월정읍교육청에서 9급 공무원으로 첫발을 디딘 그는 34살 때 최연소 6급 주무관으로 승진하고, 지방직 부이사관(3급)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인사‧회계‧감사‧총무.사학 등 교육행정 업무에 정통한 전형적인 ‘성실파 공무원.’ 공직에 학연‧지연‧혈연 하나 없는 그는 오로지 앞만 보고 열심히 일만 했다.

늦깎이로 대학생이 돼 주경야독하며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자강불식(自强不息‧최선을 다해 힘쓰고 가다듬어 쉬지 않음)을 꾸준히 실천한 셈이다.

이 같은 성실‧근면함은 전북 교육행정직 공무원 2천100여 명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 서열에 오르는 튼튼한 자양분이 됐다.

행운이 점철된 교육행정공무원의 삶을 살았다는 그는 모든 걸 뒤로하고, 이제 ‘인생의 2막’을 시작한다고 표현했다.

그가 남긴 41년 간의 크나 큰 교육계 발자취를 되돌아봤다.

순창군 복흥면 출신 18살 때 입문

순창군 복흥면 출신인 그는 광주농고(현, 광주자과고)를 졸업하고 18살 때인 1975년 9급 공무원(당시 총무처 5급을류)으로 교육계에 첫발을 디뎠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광주에서 중학교 유학시절 고향집에 큰 불이 나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농고에 진학한 것도 대학갈 형편이 안됐기 때문. 고교 졸업 후엔 재수한답시고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보다 못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매형이 신문 공고를 가져다 주며 “공무원시험이나 한 번 보라”고 권유한 것이 41년의 외길 인생을 달려온 계기가 됐다.

“당시 월급이 생각보다 형편없었다. 쌀 두 가마니 값이었다. 하숙비로 한 가마니 값을 내고 나면 쓸 게 없었다. 그래서 휴직계도 내지 않고 군대에 자원했다. 뒤늦게 당시 교육청 서무계장이 이걸 알고 입영통지서를 첨부해 서류를 만들어 제대 후 복직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인맥 없이 오로지 일로만 승부

2013년 7월 1일 익산에 자리한 마한교육문화회관장에 취임한 그는 곧바로 지방직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는 영광을 누렸다.

9급 말단부터 시작해 지방직 교육행정직으로선 최고봉에 오른 것. 인맥 하나 없는 그가 이 자리에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성실‧근면‧노력’이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일찌감치 그의 능력을 알아본 선배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대규 군산대 전 사무국장을 비롯해 권진홍 전 전북교육문화회관장 등 전북 교육행정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쟁쟁한 선배들 밑에서 엄하게 배웠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선배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그는 그야 말로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정말 신바람 나게 일했다.

이때 얻은 별명이 ‘일당백.’ 상사들이 직원들을 혼낼 때 “이 사람아 ‘이성진’처럼 일당백 좀 하라”고 자주 꾸짖어 생긴 별명이다.

그는 “어느 시기에 누구를 상사로 만나느냐에 따라 운명이 바뀌는 것 같다. 나는 정말 운 좋게 훌륭한 선배들을 만나 참으로 많은 일을 배웠다. 지금도 선배들의 가르침을 교훈 삼아 성실히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선배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실력향상에도 매진했다. 방송통신대를 졸업한 그는 내친김에 전북대대학원에 입학해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교육계에 몸 담은 기간은 전례가 드물게 장장 41년 이나 된다.

그를 빼고 전북 교육행정을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교육계의 중심에 서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보람도 크다. 전북 학생 교육에 미력이나마 일조한 것에 대해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일선 학교 행정실의 기틀을 다지는 데에도 조그마한 힘이 됐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마한교육문화회관은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관장으로 오자마자 수영장을 학생 전용으로 만들어 주었고, 지역민을 위한 평생 교육의 장으로 조성했다.

학생들이 오지 않는 시간엔 시민들이 각종 시설과 교재‧교구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그는 “얼마 전 김승환 교육감을 만난 자리에서 마한교육문화회관에서 큰 보람을 찾았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이곳은 나에게 커다란 선물을 주었다”면서 “앞으로도 많은 시민들의 건강 쉼터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공부해라’

그는 교육 행정공무원을 한 마디로 천직이라 여기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언제나 보람이었고, 자랑스럽게 일해 왔다.

전북교육의 뒤안길로 접어든 지금, 후배들에게 꼭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 바로 “열심히 공부해라.”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는 공무원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대학원 출신 교육행정 공무원들의 모임인 건지회 회장을 맡은 것도 어렵사리 공부하는 이들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우리 일반 행정직 공무원들도 전문직(교사)과 함께 학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행정 전문가도 좋지만 교육학 등 교육 전반에 대해 능통하면 일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한용운 시인이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라고 말했듯이, 우리도 다시 만나서 인정이 넘치는 세상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생 2막 설계…중국여행‧취미생활

그는 이제 인생의 2막을 시작한다. 먼저 중국여행을 꼽았다. 중국인 며느리를 얻은 그는 사돈들과 함께 대륙여행을 꿈꾸고 있다.

41년간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왔기에 모처럼 여유를 갖고, 몸과 정신을 좀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여행을 대비해 중국어 공부도 틈틈이 해온 터라 벌써부터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골프와 탁구, 등산 등 운동도 원 없이 하고 싶다.

‘효도하자’란 가훈을 내건 그는 평생 반려자인 부인 김현순 씨(59)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중국 유학시절 만난 중국인과 결혼한 큰아들 상헌 씨는 세종시에서 IT업계에 근무하고 있고, 둘째 충헌 씨는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다.

/조영곤 기자

전북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행정 석사
전라북도교육청 관재.총무.공보.감사.사학 담당사무관
정읍교육지원청 관리과장
전라북도교육청 교육지원과장(현 행정과장)
전라북도교육청 예산과장
군산교육문화회관 관장
전북학생해양수련원 총무부장

조영곤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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