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국수집 명맥 잇는 ‘뜨거운 청춘’

어머니 연옥자 대표 잇는 차세대 국수달인… 365일 열정 쏟는 ‘청년’
면・달걀 삶기 독보적 5년 째 쉬지 않고 새바람 일으키는 당찬 20대

부송국수 본점을 책임지고 있는 이인구 점장(가운데)와 부인 천예진 씨(왼쪽에서 두 번째), 그리고 직원 가족들.

익산의 대표 맛 집으로 손꼽히는 부송국수(대표 연옥자). 전국으로 체인점이 뻗어가는 가운데 본점을 도맡고 있는 젊은 점장님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앳된 외모에 부드러운 미소가 인상적인 이인구 점장(27)이다. 연옥자 대표의 아들이자 사람들의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채워 줄 차세대 국수달인이다.

그는 지난해 천예진 씨(25)와 결혼해 10개월 된 아들 시우 군을 둔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하다.

6년 째 부모님의 공든 탑을 잘 잇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열정을 쏟아내는 이인구 점장.

그는 “내가 힘들 때보다 남이 힘든 것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부송국수에 오는 손님들이 배부르고 웃으며 나갈 수 있는 따뜻한 국수집으로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앞으로의 포부가 꽤 진지하다.

‘손님에게 두 번의 실수는 용납할 수 없다’는 단호함도 지닌 ‘뜨거운 청춘’ 이인구 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다.

수습기간 6개월, 인생의 전환점

군대 제대 후 본격적으로 부모님의 국수집을 돕기 시작한 이인구 점장. 그의 시작은 ‘사장님의 아들’이 아닌 ‘수습사원’이었다.

인화동에 있는 부송국수 남부점에서 6개월 간 일을 배웠다. 청소부터 홀 서빙, 설거지 등 온갖 궂은일을 하며 일을 배우고 손님을 대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24시간 영업을 하겠다며 혼자 아침과 저녁에 가게를 책임지기도 했다.

그는 “처음엔 책임감도 없고 쉽게 일하려고 했다. 나가기 싫으면 안 가고 하기 싫다고 투정부리는 철없는 시기였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6개월은 그에게 길고도 귀중한 시간이었다. 일을 할수록 서비스업의 어려움을 느끼고 많은 생각을 다지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이제 나 혼자 헤쳐 나가야 하는 구나’를 느꼈다. 개인적으로 생각이 많이 자란 시기였다”고 말했다.

본점 책임자 ‘무거워진 어깨’

수습기간을 거쳐 본점으로 옮긴 때, 그의 나이는 23살이었다. 큰 가게를 책임지기엔 어린 나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는 무거워진 어깨만큼 매일 구슬땀을 흘렸다.

본점에서 그에게 주어진 첫 임무는 국수 삶기다. 면은 국수집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기본재료이기에 그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했다.

평균 4분 정도 삶지만 그는 3~5초 정도 차이를 둔다.

그는 “면이 자동화시스템으로 일정하게 나와도 박스마다 다 다르다. 손으로 잡았을 때, 면을 저을 때, 건질 때, 씻을 때 다 느낌이 다르다. 또 가게 온도, 그날의 날씨 등에 따라 삶는 시간을 다르게 한다”며 “가게 문을 열기 전에 미리 국수를 삶아본다. 그날의 적정한 삶는 시간을 알아보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6년 째 그가 책임지고 있는 또 다른 임무. 부송국수의 자랑 약달걀이다.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달걀은 하루에 평균 100판 이상이다. 어느새 달걀만 봐도 품질을 고를 정도로 전문가가 됐다.

무료로 제공되는 달걀이지만 좋은 품질의 달걀만 선별해 삶는다. 씻을 때 영양가 없는 달걀을 골라낸다. 예쁘고 좋은 것만 손님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또 한 번 삶으면 3일씩 걸리던 달걀 삶는 일을 6개월 간 연구 끝에 6시간으로 단축했다.

그는 “미리 달걀을 준비하는데 오래 두면 아무리 좋은 달걀도 신선도가 떨어진다. 좋은 달걀을 빨리 소비하기 위해 빨리 삶는 방법을 공부했다”고 말했다.

삶는 과정에서 부딪쳐 깨진 달걀은 복지관에 기증한다.

가장 중요한 육수도 그의 몫이다. 손은 가스불을 잘 조절해야 하고 눈은 잘 봐야하며, 코는 냄새를 잘 맡아야 해서 부지런해야 한다.

봉사는 필수, 이웃사랑 ‘모전자전’

부송국수의 또 다른 수식어는 ‘봉사하는 집’이다. 어머니 연옥자 대표의 뒤를 이어 그도 봉사에 적극 참여할 생각이다.

그는 “처음 봉사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어머니가 봉사를 가시기 전날엔 밤늦게까지 재료를 준비해야 했다. 그 일을 왜 하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매년 열고 있는 연말 국수나눔 행사를 직접 준비하면서 나누는 기쁨을 깨닫게 됐다”고 미소 지었다.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크다는 것을 느낀 그는 어머니와 다른 이웃사랑을 선보이고 있다.

청소부, 폐지 줍는 어르신들도 오고 가며 드실 수 있도록 커피 자판기를 밖에 배치했다. 또 공단으로 출근하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밖에 테이블과 의자를 뒀다.

또 달걀과 밥, 오이고추 등 셀프 반찬을 손님들이 마음껏 드시라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뒀다. 달걀은 최근 안전상의 이유로 매장 안으로 옮겨뒀다.

그는 “돈이 없어도 편하게 와서 배부르게 드시고 가는 따뜻한 국수집으로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인구 점장과 부인 천예진 씨, 귀여운 아들 이시우 군.

 “내 삶의 원동력은 가족”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쉬지 않는 그. 한창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고 옹알거리는 아기의 재롱에 푹 빠져있을 법도 한데 온 열정을 국수집에 쏟고 있다.

그 뒤에는 묵묵히 바라봐 주고 늘 응원해주는 부인 천예진 씨가 있다. 가게에 일손이 부족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구원투수다.

그는 일만 하는 남편이 밉기도 할 텐데 “잘 도와줘 고맙다. 집에서만큼은 최대한 가족에게 집중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부모님과 누나 이미령 씨, 매형 이훈 씨도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그는 “어떤 일을 하든지 가족의 응원이 있어 자신감 있게 할 수 있다”면서 “초심을 잃지 않고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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