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간 정보 분야 투신 민‧관 가교역할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

오롯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 헌신 올곧은 ‘경찰상’ 뿌리내려

“가족여행하며 빈둥빈둥 살고파…후배에겐 ”서운한 감정 용서를“

전북 최고의 정보 경찰관이 36년 간 정든 제복을 벗는다.

반평생을 오롯이 경찰에 몸담으며 올곧은 경찰상을 심어준 박동열 익산경찰서 평화지구대장(60‧경감).

어떤 찬란한 수식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전북 경찰에 큰 족적을 남긴 그가 마침내 6월 30일 시민의 품으로 돌아간다.

그는 36년 재직 중 무려 22년간 정보 분야에 투신한 베테랑 정보관 출신. 정보 경찰관의 꽃 중의 꽃 정보계장까지 오른 그는 지역사회의 민‧관 가교역할을 해온 숨은 공신이기도 하다. 훈장과 표창만 40여회 수훈했다.

순창 강천산 자락에서 4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고향에서 초중고를 나온 후 특전사(포천 이동면 13공수부대) 전역 후 곧바로 경찰에 투신했다.

1980년 8월 5일 입문 당시 도내에서 25명만이 합격할 정도로 경쟁률이 높았다. 첫 근무지는 고향인 순창경찰서. 이듬해 이리경찰서로 발령이 나면서 익산과 인연을 맺게 됐다.

특전사 시절 경찰제복이 마냥 멋있고, 적성에도 맞아 경찰에 입문했다는 그는 제2의 고향인 익산에서 아들딸 키우며 번듯한 일가를 이뤘다.

박봉의 경찰 공무원을 36년 간 묵묵히 응원해준 ‘내조의 여왕’ 장형순 씨(58)와 바쁜 업무 상 자주 놀아주지 못했지만 어엿하게 자라준 찬우(34‧회사원 과장)와 현숙 씨(32‧인천 길병원 기획실)가 그의 값진 보물이다.

“정말 일만 하고 살았다.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이 더 많았다. 이젠 좀 쉬면서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다. 제일 먼저 가족여행을 다녀올 요량이다. 일주일에 한 번 찾아뵀던 시골에 계시는 어머니(김귀녀 씨‧87)에게도 자주 문안 인사를 드릴 생각이다.”

36성상을 오롯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며 ‘민중의 지팡이’의 삶을 살아온 박동열 대장. 그가 경찰관 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운 평화지구대에서 그동안의 소회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36년이다. 강산이 세 번 반이나 바뀌었다. 소감은.

좌우명이 ‘최선을 다하는 삶’이다. 학연‧지연이 없어 정말 열심히 몸으로 뛰었다. 가장 좋은 백그라운드는 자기 자신이다. 조직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평소 업무 능력을 갖춰 놓다 보니 인사 때 찾아 다닐 필요 없이 ‘러브콜’을 받았다.

정보관 때 도내에서 첩보성적 1위를 독차지했다. 앞만 보고 뛰었던 시절이다. 중간 관리자 땐 후배들 업무를 독려하느라 힘들었다. 업무 추진 과정에서 서운한 감정이 있었다면 용서를 바란다.

은퇴 후 시간이 허락하면 우리 경찰가족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옛날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베테랑 정보관으로 도내 경찰에 큰 획을 그었다. 보람은.

정보경찰로 22년 간 재직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활동했다.

그 중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황등 요교-충남 강경 25km 구간 중앙분리대 설치와 지난 4월 28일 개통한 함열 다송입체교차로(이화동산 앞 고가차도) 건설이다.

또 금마우회도로 천마마을 조망권 확보와 성당교차로의 입체교차로로 설계변경, 춘포우회도로 통로박스 60cm 상향조정 등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모두 익산지방국토관리청과 협의 끝에 이룩한 쾌거다.

이밖에도 익산시청과 협의해 교통 사각지대에 안전시설을 설치해 교통사고 방지에도 커다란 역할을 했다.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정보관 시절 민주노총을 12년 간 담당하면서 여름휴가 한 번 가보지 못하고 수많은 노사분규 현장에 있었다.

노조원들과 동고동락하며 적극적인 중재로 분규를 타결한 것은 정말 잊을 수 없다. 지금도 민주노총 노조원들과 연락하고, 가끔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형님동생이 된지 오래다(웃음).

-정보계장을 거쳐 일선 지휘관인 평화지구대장을 지냈다. 민생치안 최전방에서 느낀 점은.

지구대 청사가 너무 노후 된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직원 복리증진 차원에서 환경개선에 힘썼다. 탈의실을 교체하고, 바닥도 모노륨으로 새로 깔았다.

또 지구대가 숙박업소 밀집지역에 있어 주민 접근이 어렵고, 출동시간이 지연돼 청사 이전을 추진했다.

인화동 행복주택 아파트가 들어설 부지에 청사를 옮기기 위해 익산시와 협의 중이다. 조만간 좋은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 개선과 직원 복리증진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근무 성적 우수로 3명이나 특진의 영예를 누렸다. 김규태 경장과 김기봉 경사, 민환기 경위가 자랑스러운 후배들이다.

-‘사회적 약자 배려’를 최우선으로 삼았다. 자신만이 갖고 있는 경찰상은.

경찰하고 국민은 물과 물고기와 같다. 국민 곁에서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게 경찰의 임무라고 여겼다.

강자보다 약자의 편을 많이 들어줘야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다.

-우리나라 격동기 시절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 힘들었던 점은.

초창기 이슬 맞고 밤새기 일쑤였다. 80년대 민주화운동 시절엔 한 달 동안 매일 진압에 나서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박봉에 시달리고, 격일제 근무로 근무환경도 좋지 않았다. 정말 힘든 시절이었다. 하지만 사명감으로 버텼다.

누가 해도 해야 할 일이기에 힘든 줄도 모르고 기꺼이 임무에 충실했다. 돌아보니 그 때가 가장 힘들었지만 경찰이 된 것이 자랑스러웠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후배들이 우리 때보다 훨씬 좋은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돼 큰 위안이 된다.

그동안 업무를 독려하면서 후배들에게 시어머니처럼 잔소리하고, 때론 목소리도 높였다. 서운한 감정이 있었다면 용서를 바랄뿐이다.

그리고 국민들한테 더욱 사랑받는 경찰로 거듭나길 당부하고 싶다.

-6월 30일 제복을 벗는다. 퇴직 후 계획은.

당분간 여행을 다닐 생각이다. 그동안 못 다한 가족과의 시간도 많이 보낼 각오다. 정말 일만하고 살았다. 이제는 빈둥빈둥(?) 거리며 시간을 보내겠다.

친구와 지인들에게도 자주 연락해 회포도 풀 계획이다.

박동렬 대장이 걸어온 길

- 순창 출생
- 1980년 경찰 입문
- 1981년 이리경찰서 전입
- 함라파출소, 역전파출소 등 근무
- 익산경찰서 정보과 정보관
- 익산경찰서 정보과 정보계장
- 평화지구대 대장
- 옥조근정훈장
- 모범공부원 선정
- 장관표창 4회
- 경찰청장 표창 8회
- 지방청장 표창 13회
- 경찰서장 표창 11회

/사진=황정아 기자‧글=우창수 기자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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