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간 소외된 25명 교인과 동고동락하며 신앙생활 이끌어

수화·한글 교육·통역 등 농아인 권익·복지 향상 기틀 마련

익산시 인북로(갈산동) 삼성생명 빌딩 뒤편에 자리한 ‘익산농아교회.’기독교 한국침례회 소속인 교회다.

주택을 개조해 모임을 갖는 아주 작은 교회이지만, 입구의 아담한 화단과 시골 정취를 물씬 풍기는 기와지붕은 정겹기 그지없다.

다정한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일반 가정집처럼 편하게만 보이는 이곳이 바로 농아인 25명의 신앙생활 보금자리다. 1972년 10월 15일 창립예배를 드렸으니 44년 오롯이 하나님을 섬기고 있다.

익산 유일의 농아인 교회를 어렵사리 고군분투 지키고 있는 목회자는 정한식 목사(52).1996년 담임목사로 취임, 꼬박 20년을 농아인과 동고동락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신앙생활을 하던 정 목사는 1987년 수화를 배워 농아인의 선교활동을 해온 터라 익산농아교회의 부름을 쉽게 승낙했다.

정 목사는 예배를 드릴 때 모두 수화로 한다. 교인들이 듣지 못해 소리가 필요 없기 때문. 마이크는 물론 피아노, 기타 등 소리와 관련된 것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설교와 찬양, 기도도 당연히 수화로 통한다.

그는 “일반인의 언어는 국어지만, 농아인의 언어는 수화다. 모든 게 수화로 이루어져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지 못해 설교 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정 목사는 우즈베키스탄과 아프카니스탄 등지에서 5년 동안 수화보급과 선교활동을 펼치고 돌아온 경험도 가지고 있다.

30년 가까이 농아인과 삶의 궤적을 함께해온 정 목사. 힘들고 고된 길이지만 부인 유지영 씨(45)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 씨는 사모역할에서부터 교인 상담, 식사 당번 등 궂은일을 함께 도와가며 정 목사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이리고를 졸업한 큰 아들 진성 씨는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3학년)에 다니고, 쌍둥이 아들 진수‧진원 군은 이리고 3학년생이다.

정 목사는 일요일 오전 11시, 오후 1시 30분, 수요일 오후 7시 30분 세 번 예배를 드린다.

익산시 농아인 협회에 등록된 청각장애인 200명, 그중 수화를 할 수 있는 농아인은 120여명에 불과하다. “협회에 등록이 안돼서 장애인의 혜택이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많은 분들이 계셔 안타깝다”는 정 목사를 만나 익산 농아인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농아인과 함께 30년 가깝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과 동고동락하며 느낀 점은.

취업문제가 가장 크다. 농아인은 눈으로 보고 손으로 하는 것은 정말 잘한다. 일반인들이 못 따라온다. 그런데 기업체 사용자 입장에서는 의사 전달의 문제가 있다 보니 채용을 꺼려하는 부분이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주 단순한 직업을 갖게 된다. 대부분 최저임금 범위 내에 종사한다. ‘흙수저’ 단계를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균등한 기회를 주면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다. 정말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난해 말 수화언어법이 제정되었다. 앞으로 일반인에게도 수화 보급이 필요 할 텐데.

수화 보급이 최우선 과제다. 7월 20일 익산에서 수화와 관련 된 모든 단체 - 익산시 농아인협회와 시청앞 카페 ‘손으로 말하는 사람들’과 익산농아교회가 수화 홍보를 위해 플래시몹(길거리에서 치고 빠지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시청 앞과 익산역, 인디언 사거리, 영등시민공원 등에서 일반인들도 참여하는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수화로 멋진 노래와 율동을 선보일 생각이다.

또 협회 차원에서 일반인 상대로 수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주간에는 협회에서, 야간에는 ‘손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맡는다.

-농아교회라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목회활동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우리는 ‘부흥’이란 단어를 모른다. 교인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우리 교회는 빨리 문 닫아야 한다”고 말한다.

학교도 장애인과 일반인 통합교육이 이뤄지듯이, 교회도 통합해야 한다. 장애인 교회가 따로 독립해서 나오면 힘들다. 서로 돌봄 내지는 일반인과 함께 가야 한다.

종교라는 게 같이 가야하는데 따로 움직이고 있다. 익산 교회들도 농아교회가 있는 줄 모른다. 앞으로 교류하고 소통이 필요할 것 같다.

-농아인과 일반인이 가장 다른 것이 있다면.

일단 언어가 다르다. 같은 언어인 한글을 사용하지만 이해의 폭이 다르다. 수준 때문이 아니다. 수화하고 우리말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농아인이 고집이 세다고들 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단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어서다. 농아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인 언어로 이야기 해놓고 이해하지 못하는 농아인에게 고집 피운다고 하면, 일반인 잘못이다.

-언어의 장벽을 허무는 해결 방안은.

농아인은 청각에 장애가 있어서 말을 배울 수 없다. 일반인들이 수화를 배우고 농아인이 갖고 있는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텔레비전을 보면 입 모양을 보고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는데 전혀 아니다. 낯선 사람 입 모양은 단순한 것 빼놓고는 알아들을 수 없다. 수화로 대화하는 수밖에 없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화를 배워야 한다. 그래야 농아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

다른 장애인들은 자신의 의사를 본인의 입으로 말을 하지만, 농아인은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표현한다. 중간에 말을 옮기는 사람이 잘 모르면 적당히 빼놓을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의사 전달이 안되는 경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수화를 배워 사용해야 의사소통의 장벽이 깨질 수 있다.

익산농아교회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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