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동 문화예술의 거리에 자비 들여 판소리 전수관 건립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지정 16년 만에 후진양성 발판 마련
20년 간 40여 명 제자 완창발표 금자탑… 국악사랑 ‘지극’

익산이 낳은 세계적인 명창 임화영(58).

63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익산국악원(익산국악진흥원)을 20년 넘게 오롯이 지켜온 익산 국악의 산증인이자, 걸어 다니는 국악박물관이다.

그런 그가 마침내 후진 양성을 위한 판소리 전수관을 3일 개관했다. 실로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로 지정 받은 지 16년만이다.

여자의 몸으로 혼자 큰일을 덜컥 저질러 놓고(?) 수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은 임 명창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자책이 앞선다.

판소리 이수자로서 전수해야 할 의무와 사명감을 갖고 있었는데 바쁘게 살다보니 이제야 뜻을 이뤘기 때문이다.

‘소월’이란 호를 가진 임 명창이 후진양성을 위해 마련한 보금자리는 중앙동 문화예술의 거리에 있다. 사재를 털어 건립한 ‘국악 꿈나무들의 요람’이다.

전수관은 4층 건물. 2층은 공연장 겸 교육장이다. 3‧4층은 교육장 겸 연습실, 합숙 공간이다. 2층은 조그마한 무대를 설치해 공연장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국악 불모지였던 익산을 소리의 고장으로 이끄는 임 명창은 ‘작은 거인’으로 통한다.

임 명창은 22년 간 익산의 국악발전과 후학양성을 위해 온 정열을 쏟고 있다. 임 명창의 지도를 받아 완창발표회를 가진 제자만도 자그마치 40여 명에 달한다.

임 명창은 국악원 판소리 반을 비롯해 무용, 가야금, 해금, 거문고를 배우는 100여명 제자들에게는 호랑이 선생님이자 때로는 자상한 엄마 같은 스승이다.

방학 때는 국악원에서 숙식하며 공부하는 제자들을 위해 손수 밥을 짓고 빨래도 하며 25시를 살고 있다.

임 명창은 두 아들을 낳고 늦은 나이에 국악에 입문했다. 오정숙, 성우향, 성운선, 최란수 선생을 사사하며 소리를 익혔다.

제34회 남원 춘향국악대전 판소리 명창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평범한 주부에서 전북 대표 명창 반열에 우뚝 올라섰다.

임 명창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후진 양성. 익산국악원에서의 지도 뿐 아니라 남원국악예술고, 원광대학교 국악과 초빙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각종 대회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임 명창은 “인재들이 타 지역으로 나가는 것이 안타까웠다”면서 “우리 고장에서 많은 인재들이 배출돼야 소리의 고장 익산의 명성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임 명창은 ‘국창 정정렬 추모 전국 판소리경연대회’를 창설 15년 째 이어오면서 전국 최고 대회로 자리매김 시켰다. 익산 출신인 정정렬 명창을 추모하고 숨은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시작한 대회다.

임 명창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제19회 익산시민의 장 문화장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바로 이어 전북예총하림예술상을 수상해 겹경사를 맞기도 했다.

춘향가 개인발표회를 준비하고 있는 임 명창은 “국악은 말 그대로 우리의 것이다. 우리가 지키고 이어가야 할 소중한 재산”이라며 “문태현 전 국악원장님과 많은 선생님들이 잘 닦아 놓으신 익산 국악의 길을 더 발전시키고 이어나가기 위해 더 열심히 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500여 명의 축하객들이 다녀간 개관식 이튿날 전수관을 홀로 지키며 상념에 잠겨 있는 임 명창을 만나 전수관 운영 계획을 들어봤다.

-판소리 전수관을 열었다. 동기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로서 평소 전수해야할 의무와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판소리를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에 어렵게 결단을 내렸다. 판소리 저변확대 등 여러 가지 꿈과 희망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국악 전공자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정말 뿌듯하다. 이곳이 우리나라 국악의 요람이 되도록 후진양성에 더욱더 매진할 각오다.

-개인 이름을 건 전수관이다.

우리나라 명창들과 문화재 이수자들은 거의 전부 개인 전수관을 갖고 있다. 저는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오정숙, 성운선, 최란수 선생을 사사하며 이수 받은 지 16년이란 세월이 흘러버렸다. 익산국악원을 지키며 후진양성에 매진하다보니 훌쩍 여기까지 왔다.

-전수관에서 누구를 가르치는 가.

국악 전공자들이다. 말 그대로 판소리를 전문으로 수련하는 국악인들을 대상으로 가르친다. 명실 공히 ‘판소리 양성소’다.

판소리를 진로로 삼은 유치원 어린이부터 중고등 학생, 대학생, 일반인, 어르신까지 두루 공부할 수 있다.

-강습은 언제 하는가.

모든 걸 혼자 가르쳐야 한다. 강습은 시간을 딱히 정하지 않고, 수시로 할 요량이다. 수련원들의 시간에 맞춰 강습 일정을 짤 계획이다. 거의 개인 지도로 이뤄진다.

하나하나 전수 하는 곳이다.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전부 내어주는 알찬 강습이 될 것이다.

-전수관이 4층 건물이다. 공간이 넓고 환경이 쾌적하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다. 2,3,4층이 전수관으로 활용할 공간이다. 2층은 공연장 겸 교육장이다. 3,4층은 교육장 겸 연습실, 합숙소다.

-전수관에 공연장이 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2층 공연장은 무대를 설치해 수시로 공연할 수 있도록 꾸몄다. 물론 조명시설도 있다.

공연장 벽면은 거울을 달았다. 수련생들이 모습을 바라보며 연습할 수 있도록 했다. 자기개발을 위한 공간인 셈이다.

이곳에서 상설 공연도 준비 중이다. 매월 1~4회 정도 지역 어르신들을 모시고 위안 잔치를 벌일 계획이다. 또 일반인들의 문화 공간으로도 내 줄 생각이다.

-계획이 있다면.

제 이름을 단 전수관이 생겼다. 이젠 정말 후진양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 전수관이 문화의 거리에 자리한 만큼 시민들이 판소리 체험을 하고, 공연무대도 활용 할 수 있는 ‘열린 시민의 공간’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전수관 개관을 계기로 중앙동 등 구도심과 문화의 거리가 활력이 넘치는 도시로 탈바꿈하길 희망한다.

-익산 국악의 어르신으로서 익산 국악이 나아갈 방향은.

요즘 정말 마음이 아프다. 익산국악원 역사가 63년째 인데 그동안 국악인 들이 쌓아온 업적을 부인하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있다.

어려운 가운데 익산 국악을 지켜온 국악인들의 국악사랑만큼은 어느 누구도 부인해선 안된다.

아무쪼록 익산국악인들이 더 화합하고, 더 사랑하는 풍토가 조성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뿐이다.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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