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기면 죽청마을 초입에 2000년 익산 최초 ‘체험형 농가민박’ 개설 성공가도

부인 김부경 씨와 농촌교육농장 등 프로그램 운영 작년 2천600명 발길 쇄도

미륵산 자락 삼기면 죽청마을에 지은 집은 익산 최초 민박이자 ‘미륵산자연학교(☎063-858-2580)’가 됐다. 스스로 교장 직함을 붙였고, 손님들은 자연히 학생이 됐다.

손진동 교장(58). 그가 부인 김부경 씨(57)와 함께 운영하는 미륵산자연학교는 전국에서 이름깨나 날리는 농가민박이다. 그것도 특색 넘치는 ‘체험형 농가민박’으로 유명하다. 유·초등학교 사이에선 ‘농촌교육농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이곳은 도시민들이 자연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룻밤 쉬었다가는 쉼터다. 농촌을 경험하고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주소는 익산시 삼기면 죽청길 46-60번지. 금마 미륵사지에서 함열 방면 약 2km 지점, 오른편 ‘연안이씨 종중문적 박물관’을 끼고 고개를 넘어 내리막길 끝에서 왼쪽으로 50m쯤 내려가면 나온다.

가옥은 총 3채. 목조주택(용화산방)과 원형의 황토집(서동방, 선화방), 그리고 안채 겸 사무실(지명당)이다. 하얀색 커다란 텐트는 배움터이고, 그 옆에 텃밭이 꾸며져 있다.

2000년 9월 1일 민박을 하기 위해 지은 2층짜리 목조주택은 미륵산자연학교 시초다. 2006년 농어촌정비법이 제정되면서 익산에서 민박 1호로 등록했다.

그는 TV나 신문에 광고 한 번 내지 않고 오로지 입소문과 고객맞춤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9년 만에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방문객만 2천600명이나 됐다. 올해는 2천 명만 받아 더 알차게 진행해볼 참”이라며 여유를 보였다.

(사)한국농촌교육농장협회 회장, 한국농어촌관광학회 부회장, 농촌진흥청 강소농지원단 농촌관광 민간전문가인 그는 농촌교육농장 분야에서는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그는 농촌관광 등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7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16년째 체험형 농가민박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를 만나 미륵산자연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어떻게 찾아오기도 어려운 작은 시골 동네 한 가운데에 민박을 하게 됐는지?

우선 제 소개부터 하자면 고향이 경북 경주다. 충남 청소년수관원에서 교관(청소년 지도사)으로 있다가 1987년 원불교 중앙총부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생면부지 땅 익산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 청소년 프로그램 개발 등을 했다.

시내에서는 개구쟁이 아들 셋을 키울 전셋집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여서 아예 시골에서 살기로 마음먹었다.

미륵산 근처가 좋아 지금의 자리에 있던 마당 딸린 집을 샀다. 전체 면적이 200평 정도로 넓었다. 부인과 틈나는 대로 집을 개축했다. 외양간을 방으로 꾸미고, 나무판자로 길게 복도를 냈다. 돌담도 쌓았다.

1989년 이사를 했다. 아들과 친구들이 기다란 복도가 학교 교실 갔다며 집에서 자주 놀았다.

은퇴 후를 생각하니 민박을 하면 어떨까 해서 집을 하나 더 지었다. 1999년 옆에 남은 흙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2층짜리 목조주택을 지었다. 2000년 9월 1일 완공하고 미륵산자연학교 간판을 걸었다. 당시에는 민박 영업신고를 해야 하는 법도 없을 때였다. 익산 최초 민박인 셈이다. 이때 14년 간의 원불교 기관 근무도 마감했다.

- 미륵산자연학교 규모와 비용은?

대지 면적은 500평. 객실은 총 6개다. 목조주택 용화산방은 1, 2층 각각 객실 2개씩이고, 주방, 화장실이 있다. 28평으로 널찍해 정원 10명이다. 숙박비는 평일 16만 원, 주말 20만 원이다.

2006년에 원형으로 지은 황토방은 객실이 서동방과 서동방으로 2개다. 주방과 거실을 공동으로 사용한다. 전체 18평으로 방마다 정원은 3명. 숙박비는 평일 7만 원, 주말 8만 원이다.

야외 텐트는 바비큐 파티를 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다.

- 미륵산자연학교는 특색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유명한데 어떤 것이 있나?

먼저 ‘농촌교육농장’이다. 농업활동이 이루어지는 농촌의 자원을 바탕으로 학교 교육과 연계한 농촌교육 프로그램이다. 현재 익산, 전주, 김제, 군산 등지의 많은 유치원,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연에서 보물찾기’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농촌에 있는 나무들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관계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보는 활동으로 나무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해서 살아가는 방법을 교육하는 것이다.

비용은 학생 30명 기준 30만 원이다.

다음으로 가족단위 체험형 민박이 있다. 농업체험과 전통체험, 음식체험으로 구성돼 있다. 농업체험은 계절에 따라 감자, 고구마, 옥수수를 수확한다. 인근 농장과 연계하기 때문에 마을주민들도 수익이 생겨 좋아한다.

전통체험은 쥐불놀이, 미륵산골짜기에서 반딧불이 보기, 죽방울놀이 등이 있다.

음식체험은 봄에는 우리 집에 있는 참죽나무 잎사귀를 따서 부각이나 장아찌를 만들고, 여름에는 고구마순 김치, 가을·겨울은 고구마 분말로 수제비를 만든다.

비용은 1인당 5만4천 원이다.

회사는 ‘오리엔티어링’을 주로 한다. 오리엔티어링은 지도 한 장과 나침반으로 정해진 목적지를 찾아가는 스포츠다. 저는 한국오리엔티어링연맹 전북지부장을 맡고 있다.

비용은 단체 30명 기준 50만 원이다.

- 처음엔 어려움이 컸을 텐데 성공비결이 있다면?

사실 홍보 한 번 한 적 없다. 전단지, 현수막도 내건 적이 없다. 홈페이지도 2006년 민박 등록 후 개설했다.

처음부터 기반을 다지는 데 10년은 고생할 것이라 마음먹었다. 성공비결이라면 인내심이다. 그러면서도 방문한 손님은 어떻게 하든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깍듯이 최선을 다해 모셨다. 나만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마침내 2009년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어떻게 찾아오기도 어려운 시골에서 농가민박으로 성공했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오히려 지리적 요건이 좋았다고 본다.

서울과 전남 사람들에겐 교통요충지인 익산이 모이기 좋은 장소다. 그래서 단골이 꽤 많다.

- 마을개발사업 등으로 농가민박이 많이 생겼는데, 조언 한 말씀.

농촌관광은 서비스업이다. 충분한 준비가 없으면 안 된다. 또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즉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농촌방문고객은 농촌사정을 전혀 모르는 도시민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도시 아이들이 ‘벼를 쌀나무’라고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농촌을 알면 뭐 하러 농촌에 오겠나. 모르니까 오는 것이다. 여행은 신비성이 있어야 가치가 있다.

또 고객들에게 농촌의 현실을 강요하지 마라. 어차피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가르쳐서 뭘 해보겠다는 것을 버려라. 물어보면 알려주면 된다. 너무 관여하지 마라.

- 앞으로 계획은?

지난해 손님 2천600여명이 방문했다. 쉴 틈 없이 바쁘고 힘들었다. 올해는 ‘고객 총량제’를 해볼 생각이다. 고객 2천 명만 받아 시간적 여유를 갖고 더 알차게 프로그램을 진행할 생각이다.

앞으로도 고객에게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고, 전국에 있는 체험형 농가민박이 자리를 잘 잡을 수 있도록 제가 개발한 프로그램도 보급하는 등 농촌관광에 큰 도움을 주고 싶다.

/우창수 기자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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