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회 제자들 주현동 이리경로당 뜰에 공적비 건립 축하 봇물

48살 늦깎이 입문 37년 간 시조 전승 앞장선 ‘전통문화 큰 별’

광복 71주년을 맞은 지난 8월 15일 오전, 주현동 이리경로당 뜰에 공적비 하나가 새로 세워졌다. ‘정석 홍토현 회장 공적비(晶石 洪土炫 會長 功績碑).’

1천년 역사의 시조창(정가, 正歌) 명맥을 잇고 있는 대한민국 시조계 거목 홍토현 익산시조협회장(84)의 공적을 높이 사 그의 제자들이 건립했다.

오태근 시우회 부회장이 건립 추진위원장을 맡았고, 비문은 나순철 전주전통정악회 이사장이 기록해 마침내 그 결실을 맺었다. 비문엔 홍 회장이 걸어온 길과 평생의 은인들 이름이 적혀 있다.

그동안 이리경로당 뜰에 익산지역 발전 공로가 높은 유지들의 공적비를 세워 온 홍 회장은 이날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오전 열린 제막식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전국 시조인과 정계인사, 가족, 제자 등 90여명이 참석해 앞마당을 가득 메웠다.

이영준 한국시조시인명인협회 이사장, 김춘원 전주향교 전교, 류재복 전라북도시조명인회장, 김대중 도의원, 김용균 시의원, 홍의겸 남양홍씨 예사공파 종중회장 등은 “시조는 기량에 앞서 소양이 먼저다. 홍토현 회장님은 인품이 아주 훌륭하신 데다 기량마저 출중하시니 우리나라 시조를 대표하는 분이다. 공적비를 통해 후대에 귀감이 되길 바란다”고 축하했다.

한편 이날 제막식은 박초이 익산시조협회 사무국장이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오프닝 무대는 홍 회장의 시조 제자인 ‘김민수 국악가족’이 신명나는 사물놀이와 판소리로 장식했고, 피날레는 71주년 광복절을 기념해 ‘만세 3창(대한독립만세, 홍토현 회장 만세, 이리경로당과 시조협회 만세)’으로 마무리했다.

전국에서 손꼽는 시조 심사 위원이자 사범, 37년 시조 외길 인생을 적은 공적비에서 환하게 웃는 홍토현 회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 공적비 건립을 축하드린다. 소감 한 말씀.

공적비 건립에 애쓰신 시우회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48살부터 37년간 시조창을 묵묵히 해오면서 어려움도 많았고 보람도 컸다. 오늘처럼 감개무량한 날은 또 없을 것이다. 고맙고 또 고마운 마음뿐이다. 앞으로도 1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시조창의 명맥을 잇고 부흥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이것이 공적비를 세워준 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 늦깎이로 시조창에 입문해 큰 별이 되셨는데.

큰 별이라니 부끄럽다. 그저 시조창이 좋아 명인명창을 찾아다니며 배우고, 제자들을 길러내고, 수많은 대회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다 보니 시조계에서 그렇게 높여 생각해주시는 거다. 감사하고 송구스럽다.

완주군 소양면에 태어난 저는 7살부터 왕궁면 구덕리에서 살고 있다. 8남매 중 넷째로 태어나 농사지으며 부모를 모시고 살았다. 1960년 27살 나이에 왕궁면 2대 지방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시조와의 인연은 48살 되던 해였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송병국 선생의 권유로 시조를 배웠다. 마음을 다스리고 풍류를 느낄 수 있는 시조창의 매력에 빠져 길을 걷거나 농사지을 때도 시조를 읊조렸다.

함께 시조를 하는 50여명과 거금을 마련해 왕궁파출소 뒤편에 ‘시조회관’도 설립했다.

당시엔 시조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학식과 인품이 있는 사람만 선별해 가르칠 정도였으니 권위가 대단했다.

이리향제줄풍류의 명인 고 강낙승 선생(중요무형문화재 83-나호)을 비롯해 시조창의 대부요 지주라 할 수 있는 정경태 선생(중요무형문화재 41호)에게 시조와 가사, 가곡을 배웠다.

이렇게 시조 전체 12가지를 익혔고, 각종 대회에서 을부, 갑부, 특부, 명인부, 명창부, 국창부, 대상부 순으로 장원을 했다.

첫 전국대회 장원은 1985년이었다. 충북 영도 난계예술제 시조 명인부 장원을 했고, 이후 부안에서 명창부 장원, 1995년 광주대회 시조대상, 1997년 대한시조회 본부대회 장원 등을 했다.

2002년 ‘익산시민의장 문화체육장’을 받았다.

- 전국대회 심사위원과 지도자로서도 명망이 높으시다.

전주대사습놀이, 남원춘향제전, 임방울 국악대전, 신라문화제 국악대회 등 전국대회 심사위원을 300번 넘게 했다. 익산시민의 장 받았을 때가 320번째였다. 그 이후는 세는 것을 까먹었다.

55살부터 전북지역 시조 사범으로 활동하고 있다. 6년 전까진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판소리 김사랑과 국립국악고를 나와 서울대 4년 장학생이 된 장명서 양 등 젊은 국안인도 가르쳤다.

2000년부터 익산시조협회장을 맡고 있다. 주현동 이리경로당 내 시조협회 사무실에서 65명 회원을 이끌고 있다.

매주 월, 수, 금 오전 10시~오후 3시 무료강습도 한다. 익산은 물론 전주, 김제, 전남, 충청도 등에서 온 시조인들을 지도하고 있다.

- 시조창의 매력은.

끊어질 듯 이어지는 시조창은 외세침략에도 꿋꿋이 살아남은 우리민족의 혼과 얼이 담겨 있다. 부르는 이나 듣는 이 모두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는 등 예로 시작해 예로 끝나는 1천 년 역사의 자랑스러운 우리 고유 문화유산이다.

옛 선비들의 예의범절이 자연스레 몸에 밸 뿐만 아니라 단전 효과도 있어 건강에 큰 도움을 주는 훌륭한 전통문화다.

젊은 세대들이 볼 때 시조창은 어르신들이나 하는 고리타분한 문화로 생각되겠지만, 전통문화 전승자가 되는 길 중 하나다. 시조창을 하는 젊은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인간문화재가 되는 길이 비교적 넓다.

- 여생의 목표가 있다면.

농부가 논 물꼬 틀 때 시조를 읊조리던 시절, 학당에 어린 학생들도 운율로 선비의 기품을 갖추던 시절의 시조문화를 부흥시키는 게 남은 소원이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시조를 읊조리는 사회를 꿈꾼다. 시조의 저변확대가 남은 생의 목표다.

익산시조협회 사무실(☎063-852-0037)로 수강신청을 하는 시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창수 기자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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