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레슬러 31만 익산시민 건강 챙기는 체육 행정가 변신

정신‧육체적 건강 속에 큰 웃음소리 나는 익산시 만들고 싶다

세계 최초로 휠체어 의지 올림픽 금메달 시상대 섰던 주인공

로이터통신이 선정한 ‘올림픽 6인의 영웅.’

지난 84년 전주대 재학시절 LA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68㎏급 금메달리스트 유인탁 씨(58)가 익산시체육회 사무국장으로 취임했다.

생활체육연합회와 엘리트체육이 통합하고 출범한 익산시체육회 초대 사무국장에 오른 것.

통합 체육회 초대 사무국장 취임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유인탁 씨 개인의 영광은 물론이고, 익산시민의 자랑이자 자부심이다.

지난 3일 정식 임명장을 받은 유 국장은 체육인들과의 만남에서 “익산시민이 체육을 통해서 완전한 건강인 정신적 건강과 육체적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각오”라며 “이런 완전한 건강 속에서 큰 웃음소리가 날 수 있는 익산시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김제 공덕이 고향이지만 사실상 ‘익산인’이다. 초등학교 졸업 후 이리중과 이리농고를 다녔다. 운명적인 레슬링과의 만남도 이리농고 재학시절 이루어졌다. 때문에 익산은 항상 마음속의 고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 획득 후 정든 매트를 떠난 그는 TV 해설위원, 강남대 객원교수, 레스토랑 사장 등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제2의 삶도 금메달 획득을 위해 투혼을 발휘한 셈이다.

그러다 지난 4.13 익산시장 재선거에서 당선의 영예를 안은 정헌율 시장과의 인연으로 익산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체육 행정가로 파격 변신해 마지막 불꽃 투혼을 불사를 각오다.

세계무대를 호령한 레슬러와 순둥이 행정공무원 정헌율 시장과의 인연은 미국에 사는 도예가 김진성 씨로 인해 시작됐다.

그의 선배인 김진성 씨가 10여 년 전 서울에서 정헌율 시장을 소개해 준 것. 그 후 서로 전화 통화도 하고 가끔 만나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는 10년 지기 정헌율 시장에 대해 “변함이 없다. 항상 웃는 인상이다. 부드러움 속에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더 좋은 게 있다. 나는 운동을 하느라 공부를 못했다. 그래서 공부를 잘한 친구를 보면 더없이 좋다”고 활짝 웃었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아직도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는 그는 9남매 중 여덟째로 태어났다.

대가족에서 자란 그가 레슬링을 시작하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라 할 수 있다.

대개 운동선수들이 가정형편을 이유로 운동에 뛰어든 것과는 달리 그는 비교적 유복한 집에서 자랐다.

당시 부친이 고향에서 방앗간을 열 정도니 먹고 배우기엔 걱정이 덜했다.

김제 황강초등학교를 다니던 그는 방과 후에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축구공이 없어 돼지 방광에 바람을 불어 넣어 운동장을 누볐던 추억은 가슴속 깊이 남았다.

“지금 익산에서 모이는 동창회에 나가면 그때 축구선수로 나갔으면 차범근 저리가라 했을 것이라는 소리를 듣곤 한다”고 수줍게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이리중학교로 진학했다. 중학교 시절 공부 잘하는 특수반에 뽑힐 정도로 성적도 빼어났다.

중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전주고나 남성고로 진로를 정할 생각이었지만 부친의 권유로 이리농고 축산과를 지원했다. 부친은 소와 돼지를 밀어주고 축산업을 시킬 요량이었다.

고교 진학 후 운명적으로 레슬링을 만났다. 우연히 교내 봄철 체육대회에서 반대표로 씨름에 출전, 털컥 1등을 차지했다. 이때 체육교사의 눈에 띄어 레슬링에 입문했다.

늦깎이로 레슬링을 접한 그는 지옥훈련을 견뎌냈다. 강철 체력을 만들기 위한 고강도 훈련을 받았다. 말 그대로 죽기 직전까지 가는 지옥의 담금질이었다.

고등학교에서 기초체력을 다진 그는 전주대에서 활짝 꽃피운다. 국가대표로 선발돼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무대에 올랐다.

바로 평생 잊을 수 없는 LA올림픽이다. 금메달 기대주였던 그는 예선전부터 세계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꺾고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일본 선수와 경기도중 무릎과 허리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 도저히 경기를 치를 수 없는 몸 상태였다. 그는 이때 투혼을 발휘했다. 4시간 동안 치료를 받고 결승전 매트에 올랐다.

경기가 시작되자 몸을 가눌 수도 없을 정도로 통증이 몰려왔다. 그렇게 6분이 흘렀다.

‘올림픽 챔피언 유인탁.’

1984년 8월 1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메너하인 컨벤션센터 레슬링 경기장에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시골 마을 20대 청년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동양에서 온 조그마한 레슬러의 부상 투혼 사연이 장내 아나운서 멘트로 흘러나오자 관중들은 휘파람을 불며 기립박수로 올림픽 영웅 탄생을 축하했다.

지금도 가끔 전주대 부근에 자리한 ‘유인탁 올림픽 제패 기념 체육관’을 찾는다는 올림픽 영웅 유인탁.

그는 이제 체육행정가로 변신해 31만 익산시민 모두가 ‘건강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도록 마지막 투혼을 불사를 각오다.

올림픽 영웅 유인탁이 걸어온 길

1958년 1월 10일생

1974년 이리농고 레슬링 시작

1975년 문화부장관기 고등부 우승

1979년 슈퍼 챔피언대회 자유형 68kg 우승

1981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자유형 68kg 우승

1984년 미국 LA올림픽 금메달

1984년 선수생활 은퇴

1986년 주택공사 코치

1988년 선수 복귀 후 전국체전 88kg 우승

1997년 국가대표 감독

2000년 전주대 객원교수

2006년 KBS 해설위원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