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장식으로 성공신화 ‘억순이’ 이순안 대표

IMF때 빚더미 떠안아 10년 만에 재기한 ‘오뚝이 여장부’

실력·정직 전국 명성 자자… 익산 근조축하화환 40% 점유

“두 아들과 6차산업 도전” 어려운 이웃 돕는 사회공헌도 꿈

신흥정수장 맞은편 ‘보석플라워(☎063-856-2564).’ 익산은 물론 전국에서도 명성이 높은 대형 꽃집이다.

400평 면적에 세워진 커다란 조립식 건물 안은 아침부터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 집의 주생산품은 3단으로 된 근조축하화한. 업무의 70%를 차지한다. 꽃바구니가 30%다.

특히 익산지역 근조축하화한 제작의 40%를 점유할 정도이고, 전국은 물론 해외배송까지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유명하다.

이순안 대표(52)는 “실력과 정직이 쌓이면서 얻은 결과다. 특히 전국 공공기관은 물론 대형기업체 여러 곳도 고정거래처다”고 자랑했다.

넉넉하게 보이는 인상에 포근한 미소, 특유의 친화력으로 만나는 이들마다 친구로 사로잡는 이 대표. 굴곡진 삶이 없을 것 같은 그에게는 눈물겨운 성공담이 숨어 있었다.

이 대표의 고향은 전주 호성동이다. 초포다리 건너기 전 마을이다. 부군 이종근 씨(56·함열 우체국 근무)와 결혼한 그는 1992년 익산에 정착했다.

신혼 땐 보험설계사를 했다. 그러다 IMF때 큰 위기가 닥치면서 갖은 고생을 했다. 신원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전 재산을 날리고 10억 원의 막대한 빚더미도 떠안게 된 것이다.

성격이 낙천적인 그는 어렵다고 좌절하지 않고 극복하려고 도전하는 여장부였다. 두 아들(이민국, 이한성)을 위해서라면 못하는 게 없는 강한 대한민국 엄마였다.

빚을 갚는데 무려 10년이 걸렸다. 새벽에 우유배달하고, 낮에는 학원 지입차 운전으로 빚을 갚아나갔다.

밤에는 대리운전을 해 번 돈으로 두 아들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했다.

대리운전을 하면서 알게 된 퀵서비스는 그의 인생전환점이 됐다.

부군 승용차를 팔아 트럭을 사서 퀵서비스를 했다. 꽃 배달이 많아 자연스레 꽃집을 알게 됐다.

지금은 없지만 옛날 성전 꽃꽂이 전문인 꽃집(임마누엘) 사장에게서 꽃꽂이를 곁눈으로 배웠고, 그가 다니는 교회에서 성전 꽃꽂이 봉사를 했다.

이렇게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후엔 창인성당 옆 건물 지하에 그만의 꽃집(보석플라워)를 차렸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다.

처음엔 인맥이 없어 꽃집 납품을 하다가 각종 모임에 가입하고, 모임도 만들면서 인맥을 넓혀갔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만나는 이들을 친구로 사귀었고, 믿고 주문이 들어오면 ‘실력’과 ‘정직’으로 보답했다.

잠재적 고객인 그의 친구들은 고정 고객이 됐고, 알음알이로 퍼져 지금은 익산 꽃집 중에서 꽤 잘나가는 대형꽃집으로 자리 잡았다.

갖은 고생을 마다않고 10년 만에 빚더미에서 탈출해 성공신화를 이룬 그는 ‘억순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 대표는 3년 전 창인성당 옆 건물 지하에서 나와 지금의 신흥정수장 맞은편에 새 사업장을 열었다.

이곳에선 4명의 직원과 함께 일하고 있다. 특히 막내아들 이한성 씨(24)는 1년 전 군제대후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경영수업 중이다.

4년을 함께한 김학성 씨(40)와 1년 된 서영란 씨(49)는 3단 근조축하화한 제작을 맡고 있다.

처음부터 사업을 같이 해온 친동생 이진호 씨(42)는 익산 전 지역 배송을 맡고 있다.

장례식장 내 상가 빈소에 가장 중요한 ‘영정 꽃장식’은 이 대표가 맡고 있다. 그는 “영정 꽃장식은 꽃가게를 20년 한 사람도 어렵다. 전체 그림을 꿰고 있어야 하고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영정 꽃장식 기술은 서영란 씨에게 전수하고 있다.

하루 평균 주문은 30건. 일주일 소비하는 꽃은 무려 600단. 서울, 부산 꽃도매시장에서 월요일과 수요일에 300단씩을 가져와 저온저장고에 3일 정도 보관해뒀다가 장식한다.

이 대표는 “10도 미만으로 보관해야 싱싱하다. 저온저장고에 3일 놔두면 꽃이 활짝 핀다”고 말했다.

꽃바구니 주문도 많다. 생일, 축하, 승진, 출산, 쾌유 등 전국에서 직접 주문이 들어온다.

특히 근조축하화환은 전국 공공기관이 고정 거래처가 될 만큼 실력과 정직이 인정을 받았다. 재생 없이 부자재를 가져와 싱싱한 꽃으로 정성껏 장식한 결과다.

전국 우체국과의 거래가 벌써 5년째이고, 특전사령부도 고정거래처다. 3년 전 7공수 특전여단의 주문을 받았는데 좋은 평가를 얻어 사령부에서도 주문이 이어지며 전국 공수부대로 퍼졌다. 지난해 12월엔 7공수 특전여단장으로부터 감사장도 받았다.

근조축하화환의 가격은 꽃의 적고 많음에 따라 6만 원, 8만 원, 10만 원. 꽃바구니는 5~10만 원이다.

이제는 안정권에 접어들며 여유도 생겼지만 농땡이 치는 법이 없다. 이 대표는 아침 6시에 일어나 7시에 거래하는 장례식장을 돌고 9시 전에 출근해 꽃과의 전쟁을 치른다.

오후에는 튼튼한 발로 영업 전쟁이다. 만나는 사람 모두 친구이자 잠재적 고객이다.

사회활동도 활발하다. 지난 6월 청란라이온스클럽(회장 주정은) 회원이 됐다. 익산국악원(원장 임화영) 이사도 3년째 맡고 있다.

봉사동아리 ‘좋은사람들(회장 강종우)’과 ‘둥지(회장 주재선)’, 전국중소기업인모임 ‘노령회’ 회원이고, 익산시궁도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두 아들이 힘의 원천”이라는 이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전북대 농과대 동물생명공학과 4학년인 장남 민국 씨가 졸업하면 전공을 살려 보석플라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생각이다.

민국·한성 두 아들과 함께 생산, 유통, 판매, 가공, 체험 등 ‘꽃6차산업’을 해볼 요량이다.

또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회공헌사업도 꿈꾸고 있다.

/우창수 기자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