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국악예술원 소리뫼 단장

지난 10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공연에 필자의 단체는 각설이뎐이라는 시민들에게 생소한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배산 체육공원 무대 좌석은 물론 양옆 등 틈이 없을 정도로 관심이 대단했다. 2시간이 넘는 공연에도 끝까지 즐거워하는 것에 내심 놀랐다. 우리의 예산보다 몇 배를 투입한 다른 공연보다 고 효율적 효과를 얻었으니 기획자 입장에서는 남다른 보람과 자긍심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 공연은 지난 2013년에 처음 열렸다. 무료한 공연을 탈피한 신선한 공연을 기획하다 시민들이 누구나 편하게 웃을 수 있고 축제장 마다 많은 분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착안해 마당극 품바연기에 능한 배우를 섭외해 각설이뎐이라는 것을 탄생시켰다.

당시에도 많은 시민들이 좋아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유독 한곳에서만 알아주지 않았다. 다음해도 그 다음해도 지원사업을 신청 했지만 매번 선정되지 못해 그동안 중단됐던 공연을 아쉽게 생각하던 차에 이번에 시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게 됐다.

우리단체에서 지원 1년 사업 중 10여 차례 공연 중 역점으로 추진하는 행사는 추석 당일 날 하는 추석맞이 공연이다. 익산은 다른 도시에 비해 추석에 곳도 볼거리도 없고 가족끼리 어울릴 시간을 보낼 문화적 여유가 없다는 것을 착안하여 남들이 쉬고 싶어 하는 명절날 우리 국악가족과 단원들과 명절이라 쉽지 않은 예인들을 섭외하여 추진한다. 올해 2회째 인데 지난해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가하는 것을 보고 이제는 익산에도 추석날 문화가 있는 명절을 기대하게 됐다.

어떤 공연이든 그 공연이 성공적으로 치러지자면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탄탄한 기획력과 출연진, 그리고 공연을 올릴 수 있는 시설 등인데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관객을 위한 것임은 분명하기에 기획에 대한 고민은 필수적이다.

형식적이고 양적인 공연보다 질적으로 꽉 찬 공연이 많아야 한다. 많은 예산으로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공연의 정체성이 모호한 행사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관객을 모으기 위한 이벤트 선물주기로 환심을 사기 보다는 좋은 기획과 출연진 그리고 질적으로 우수한 공연으로 보답하면 된다. 그런데 밥 주고 선물 주는 등으로 관객을 유인하는 일은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쪼개서 성심성의껏 실행하는 단체들에게는 속상한 일이다.

누구든 어느 단체든 어느 도시건 간에 공연문화의 활성화 방안을 찾는 일은 저마다 안고 있는 고민거리 중의 가장 큰 고민에 속한다. 전문단체의 경우 재단이나 시청 공모 사업을 많아야 1년에 한두 번 그것도 공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울며 겨자먹기식 아주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공연에 온 힘을 기울일 수 없으므로 인하여 생기는 공연의 질적인 내용이 위축되는 것은 당연하다. 수준 높은 공연을 꿈꾸고는 있지만 현실적인 여건으로 인하여 질적인 완성도에 미치지 못하는 공연에 대한 실망은 관객이 없는 공연으로 이어질 뿐이다.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에게 마음 놓고 단체마다 역량을 발휘 할 수 있도록 적절한 평가를 토대로 예산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문화예산의 편성과 집행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올해도 벌써 끄트머리를 향한다. 아직도 몇 개의 사업이 남아있어 고민과 스트레스는 이어진다. 11월 30일 함열초등학교 체육관에서 각설이뎐 앙코르 공연이 있고 내년 5월에는 미국에서 초청 공연을 추진 중이다.

그리고 12월18일에 송년 국악잔치 한마당이 기획하고 있다. 예산이 많은 것도 내가 돈이 많은 것도 아닌데 일이 커진 것 같다. 참여하시는 명인들의 출연료를 돈으로 따진다면 몇 백을 차지할 분들이 전부 우정 출연 해주신다. 사실 기획하다 포기하려했는데 유명하신분이 응원해 주신다기에 주제 넘는 일을 벌였다. 정말로 눈물 나게 고맙고 행복할 뿐이다. 이 이분들에게 빚을 언제 어떻게 갚을까 모르겠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