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쌈 채소를 재배한다'

애벌레농장 대표

우수, 경칩이 지나고 겨우내 움츠렸던 초보 농부에게 봄이 찾아 왔다.

지금 농사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폭망 한다는 걸 농사 3년 경험으로 깨달았다.

귀농해서 '쌈 채소' 농사를 짓는 다고 하니까 농사를 잘 모르는 도시의 지인들은 채소 중에 '쌈'이라는 종류가 있는 걸로 오해도 한다.

이거 참! 염소가 풀 뜯어 먹는 소리다.

밥이나 고기, 반찬 따위를 ( )에 싸서 먹는 음식이라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쌈'을 검색하면 나온다.

나는 ( )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같은 채소도 데쳐서 무치면 나물이라 부르고 드레싱을 부어서 먹으면 샐러드채소라 하고 손바닥에 펴서 밥이나 고기를 얹어야 쌈 채소가 되는 것이다.

'쌈 채소'로 먹을 수 있는 종류가 어마무시하게 많다.

종류가 많다 보니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직접 모종을 키우고 있다.

이번에 파종한 씨앗을 적어 보면 적겨자, 청겨자, 곱슬겨자, 레다프릴, 황근대, 적근대, 청근, 비트, 샐러리, 치커리, 생채, 롤라, 적생채, 레드, 트레비소, 마카, 적소렐, 진홍쌈, 적치커리, 케일, 칠성초 등.

이게 끝이 아니다. 육묘 판에 들어가려고 준비 중인 씨앗들이 갑절은 된다.

종류가 많으니까 한 가지 정도 빼먹으면 꼭 그것만 찾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매번 씨앗 넣을 때는 종류가 늘어만 간다. 씨앗의 출생지도 다양하다.

국내로는 제주도에서 강원도까지 남북으로 모여 있고 해외는 중국, 동남아, 스페인, 네델란드, 우크라이나, 미국 등에서 날아 왔다. 농장이 작은 UN이다.

씨앗을 보면 신기하고 경이롭다는 생각을 든다.

어떻게 이 조그마한 씨앗이 수분. 온도. 빛 등 주변 환경이 맞으면 싹을 틔우고 성장을 해서 열매나 씨앗을 맺을까?

한 알, 한 알 육묘상자에 씨앗을 넣을 때마다 생명의 신비를 파고드는 명상에 빠지는 게 아니라 현실은 목, 어때, 허리, 손목 등 뼈마디가 결려오고 근육이 경직된다.

씨앗은 환경을 견디고 농부는 아픔을 견뎌내면 결실이 맺어진다.

누구누구처럼 허울 좋은 '경제공동체'가 아니라, 농부와 농부가 키우는 작물은 떨어 질 수 없는 한 생명 인 것이다.

신영복 선생님께서 '희망의 언어 석과불식'을 이야기 했다.

석과(碩果)는 ' 씨 과실 ' 이란 뜻이다. 씨앗은 받아서 다시 심는 것이다. 씨앗은 새봄의 새싹으로 돋아나고, 다시 자라서 석과(碩果)를 남기는 생명의 세월을 보여 준다.

씨앗을 파종하느라 온몸이 쑤시고 결리는 초보 농부는 마음속으로 희망의 언어를 새겨 본다. "풍~~~년"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