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장벽 뚫고 전해지는 충격파에 집 무너질까 불안불안

익산시 측정 느릿느릿 업체 봐주기식 늑장대응 도마 위

황등 제일아파트 옥상에서 바라본 황등석산 현장(빨간색 원안)과 주택가

19일 오후 3시, 황등 제일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자 ‘황등 석산 채석 현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돌을 깎아 내린 곳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변해 있었다.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낭떠러지였다.

큼지막한 덤프트럭은 마치 장난감 차처럼 작게 보였다. 덤프트럭 여러 대가 먼지를 풀풀 날리며 현장을 누비고 있었다.

황등산 절반이 뚝 잘려 나간 석산 현장에서 불과 100여m 거리에는 단독주택들이 옹기종기 운집해 있었다.

제일아파트 옥상에서 내려와 단독주택들이 들어선 언덕길로 올라갈수록 돌을 캐는 소리가 더 시끄럽게 들려왔다. 땅을 흔드는 진동도 점점 심해졌다.

소음과 진동은 석산 현장 경계에 길게 둘러쳐진 2m가량 높이의 철 장벽을 뚫고 그대로 전해졌다.

이렇게 석산 현장 옆에 사는 주민들은 높다란 철 장벽 너머에서 전해오는 충격파를 받으며 살고 있었다.

주민들은 황등석산에서 발생하는 모든 공해를 오롯이 받으며 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돌을 캘 때 폭발물을 터뜨리면 지축을 흔들 정도로 충격이 심해 집 전체에 금이 가고 있다며 금방이라도 무너질까 두려운 불안감에 잠을 맘 편히 잘 수 없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귀청이 떠나갈 정도로 시끄러운 기계 소음에 주민들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라고 했다.

한창 공부할 나이의 어린 학생들은 집중력 저하, 주의력 결핍 등 공부에 방해를 받는다고 했다. 성인들도 학생과 비슷하게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는다고 했다.

주민 고모 씨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 침해당하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지난 8일 익산시에 민원을 냈다.

그로부터 6일이 지난 14일에야 익산시의 답변을 받은 주민들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작업시간의 조정 및 저소음 공법 사용 등 소음이 저감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는 짤막한 글과 함께 ‘5월 중 도보건연구원과 협의해 측정할 계획’이라는 시 관계자의 설명이 전부였기 때문.

주민들은 “힘없는 사람들이 믿을 곳은 익산시뿐인데, 믿었던 익산시에 배신을 당한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다”며 푸념했다.

주민들은 “공직자라면 주민들이 오죽하면 민원을 냈을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심정을 헤아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런데 훌륭하신 담당 공무원께서는 답변도 늦게 할뿐더러 형식적이다 못해 아예 업체 봐주기식으로 한 달이 지나 소음을 측정하겠다니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힌다”고 일갈했다.

눈에 잘 띄는 곳엔 철 장벽, 잘 띄지 않는 곳은 천으로 가림막을 해놓았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