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본격 추진 기본조사조차 않고 시설만 반짝

전주 등 급성장 국토부 도시재생 공모 중단 산 넘어 산

낮이나 밤이나 인적이 드문 중앙동 상가. 이 거리는 한때 익산 최대 중심 상권이었다.

‘KTX 익산역이 준공되고, 중앙지하차도가 개통되면 중앙동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겠지.’

막연하긴 했지만, 이런 기대감마저 없었다면 중앙동 주민들은 아마 지금껏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발길이 뜸해지면서 익산시 중심상권이었던 중앙동은 슬럼화 되고, 빈 점포도 늘어났다. 네온사인이 번쩍 거렸던 밤거리는 적막감 도는 거리가 됐다.

고대하던 KTX 익산역 준공과 중앙지하차도 개통.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리 변한 게 거의 없다. 거리는 여전히 한산하다. 오히려 10년 전에 비해 인구가 줄고, 빈 점포도 늘었다.

시장 통로에 씌운 아케이드, 문화의 거리, 도로 바닥 정비 등이 고작이다.

2008년부터 ‘특화거리’ 계획을 세우며 시작한 이른바 ‘구도심 살리기’가 10년째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주민들의 자기중심적 사고와 참여의식 부족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익산시의 수박겉핥기식 사업이 문제였다.

기본 서류만 보더라도 그렇다. 익산시가 지난해 6월 작성한 구도심활성화 전략계획 보고서를 보면, 중앙동 내 노후건축물 비율이 89.9%, 10년 간 사업체(점포)수 18.9% 감소, 10년간 거주인구 25.5% 감소로 나와 있다.

얼핏 보아도 심각할 정도임에 분명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노후건물이나 사업체, 거주 인구의 실제 수치는 기록이 없고, 백분율만 있다는 점이다. 실 개수도 모르는데 백분율로 표기하는 계산력이 신기할 따름이다. 노후건물 기준이 몇 년인지도 안 적혀 있다.

이렇게 기본조사조차 않고 사업을 시작했으니 구도심 살리기는 그저 헛구호에 그칠 뿐이다.

이와 반면 이웃 전주는 상당히 성공적이다. 객사 뒤 영화의 거리 주변에 조성된 100만개 불빛 ‘루미나리’, 걷고 싶은 거리로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과 야시장도 전국 명소로 자리 잡았다. 군산은 근대문화유산을 살린 사업으로 관광도시로 급성장했다.

구도심 살리기가 빛을 보고 있는 양 도시에 낀 익산시는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니 주민들의 애타는 심정이 오죽할까.

익산시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며 구도심 활성화 지역으로 5곳을 선정했다. 익산역을 중심으로 중앙·평화·인화동, 그리고 송학·모현동, 단군사당이 있는 동산동 새뜰마을사업지구, 마동 신광교회·하이트공장 뒤편, 함열시장 주변이다.

우선 중앙동에 200억 원 규모의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근대문화유산 활용, 주거환경개선, 골목상권 활성화, 문화 활동 등 큰 틀로 분류해 2015년 12월 용역에 들어갔다. 이르면 오는 8월 용역이 완료된다. 이번 용역엔 거주인구, 빈 점포 등 기본적 실태조사도 포함시켰다.

하지만, 국비확보가 문제다. 국토교통부가 2014년부터 공모한 도시재생사업이 지난해와 올해 중단됐다. 국비 보조 없이 익산시 재원만으로 사업 추진은 무리다. 거북이걸음에 뒷북마저 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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