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견 무시 ‘평화육교 재가설 공사’

철도공단, 3차례 설명회 형식적 개최 당초계획 변함없어

시민들 직접 현장조사 대안 제시해도 귓등으로 흘려버려

이영진 평화제일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오른쪽)이 평화육교를 가리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30만 익산시의 관문인 ‘평화육교의 재가설 공사’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시민의견을 무시한 채 공사 강행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익산시에 강한 불쾌감을 내비치고 있다.

철도공단과 익산시의 공사 설계안은 1975년 준공돼 노후한 평화육교를 철거한 후 현재 모양대로 신설하는 것이다. 사업비 497억 원(국비 307억 원, 시비 190억 원)을 들여 현재 왕복 4차선을 6차선으로 확장해 새로 짓는 계획이다.

평화육교가 재가설 되는 2년여의 공사기간 동안 시민불편은 불가피한 상황. 이곳을 지나는 하루 평균 3만5천대의 차량이 ‘평화제일아파트’ 앞으로 우회해서 ‘목천삼거리’로 통행하도록 설계했기 때문. 이렇게 되면 시민들은 1~4km가량을 돌아가야 한다.

이 공사로 가장 큰 불편을 겪는 이들은 평화제일아파트 458세대 주민들. 아파트 앞길이 왕복 2차선으로 비좁은데다 평화사거리로 통하는 철길 바로 아래가 90도로 꺾여 시내버스 등 큰 차를 비롯해 승용차 등이 모두 이쪽으로 쏠리면 교통지옥이 불 보듯 훤하기 때문.

시민들은 “불편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개선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철도공단과 익산시는 천하태평이다.

지난해 6월과 10월 그리고 올해 6월 14일까지 3차례 사업설명회를 형식적으로 개최했다.

이영진 평화제일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77)은 “3차례 설명회에서 당초 사업계획이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우선 공사를 해놓고 불편사항이 있으면 추후에 개선하자’는 얼토당토않은 말만 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 회장은 특히 “시민 스스로 현장 조사를 면밀히 펼쳐 여러 건의 개선방안도 제시했지만, 귓등으로 흘려보내기 일쑤다. 시공사를 선정해서 개선방안을 마련해 설명회를 다시 열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라며 “시민의견은 무시한 채 공사만 서두르려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처럼 시민 불만이 높은 가운데 철도공단은 ‘6월 말 착공한다’는 거짓 정보를 언론에 흘려 불만을 더욱 키웠다. 30만 시민을 속이는 꼴도 됐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이 진행된 날은 지난 6월 28일. 무려 36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해 적격심사만 2주가량이 걸린다. 따라서 7월 착공도 불투명하다.

익산시 관계자는 “시공사를 선정한 후 7월 중순 경 사업설명회를 다시 열 계획이다. 시민들이 제시한 의견을 조율해서 착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진 회장은 “그동안 많이 참아왔다. 다음 설명회도 시민의견을 무시한 채 공사만 강행하려 한다면 극에 달해 있는 시민들의 분노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단호히 경고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