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수돗물 ‘악취·붉은곰팡이’ 민원 빗발

시궁창 냄새·붉은곰팡이 민원 속출 신흥저수지 녹조 때문

대간선수로 물 정수해도 발생… ‘광역상수도 설치’ 목소리

부송동에 사는 주부 박모 씨(38). 그는 지난 6월 28일 수돗물에서 나는 지독한 악취를 경험했다. 가족들과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 하려고 수도꼭지를 트는 순간, 시궁창 냄새가 코를 타고 들어와 골치가 아파 하루 종일 방안에 누워 있어야 했다.

이날 모현동에 사는 주부 김모 씨(40)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수돗물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해 마트에서 생수를 사와 밥을 지어 먹어야 했다. 지독한 수돗물 냄새 때문에 더운 여름날 양치질과 샤워도 하지 못하다 결국 마트에서 필터를 사서 끼우고 나서야 씻을 수 있었다.

주현동에 사는 주부 최모 씨(45)는 7월 1일 수돗물에서 미끈거리는 촉감을 느꼈다. 냄새 나는 것은 오래됐지만, 미끈거리는 것은 이날 처음이었다. 그는 욕조와 싱크대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매일 청소를 하는데 분홍색 물때가 곳곳에 끼어있었던 것. 여기저기 수소문한 결과 그는 이 물때가 ‘붉은곰팡이’라는 것을 알고 더욱 놀랐다.

시민들이 6월 한 달 새 냄새나는 수돗물 때문에 큰 고생을 치렀다.

익산시 상수도과에는 ‘수돗물에서 시궁창냄새가 나고, 미끈거려 붉은곰팡이까지 피었다’는 불만 가득한 민원전화가 빗발쳤다.

6월 하순에서 7월 초까지는 사태가 더욱 심각해져 시민들이 SNS로 피해경험담을 주고받는 등 불만이 극에 달했다.

익산시는 수돗물 악취 원인을 ‘신흥저수지의 녹조현상’으로 결론지었다.

시 관계자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대간선수로의 물을 신흥저수지로 끌어 올려 담수한 후 그 아래 신흥정수장에서 정수해 시민들에게 공급하는데, 날이 가문데다 수온 상승으로 녹조가 발생해 악취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지금은 장마로 비가 내리면서 녹조가 사라져 수돗물 악취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 또 정수장에서도 활성탄을 이용해 악취를 제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여름철 가뭄이면 수돗물 악취가 고질적으로 발생한다”며 특단의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가뭄에 따른 녹조현상이 심해질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대간선수로의 물을 신흥저수지에 담아 놓았다가 정수하는 방식으로는 여름철 수돗물 악취를 해결할 수 없어서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결국은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안전한 ‘광역상수도’를 설치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어양동 주민이 제보한 붉은 곰팡이 사진. 3일만 청소를 안해도 어김없이 나타나는 골칫덩어리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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