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문화재단 문화정책팀장

이리역 폭발 사고 40주기를 맞는 해이다.

1977년 11월11일 밤 9시 15분. 그날 밤은 온 국민들이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벌어진 한국과 이란의 축구경기를 TV로 관전하던 시간이었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칠흑 같은 어둠이 시내를 뒤덮었다. 혹자는 전쟁이 났다고 생각했단다. 그러나 전쟁도 재난도 아닌 인재(人災)였다. 막걸리 한 되와 소주 한 병이 화근이었다.

화약호송원이 술기운에 덮고 자던 침낭을 찼고, 쓰러진 촛불은 화약열차를 집어 삼켰다.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다이너마이트와 전기뇌관 등 40t의 고성능 폭발물을 실은 화물열차는 정거장인 이리역(현 익산역)에서 이처럼 폭발했다.

당시 시내는 마치 원자폭탄이 떨어진 듯 처참했다고 전한다. 사진으로만 봐도 그때의 참상이 끔찍하다. 이리역사는 송두리째 날아갔고 주변 건물이 모두 무너졌다. 30km 떨어진 전주까지도 폭발음이 들릴 정도였다. 전무후무한 대참사였다.

이 사고로 공식적으로 59명이 사망했고, 중상 185명, 경상 1158명. 모두 1402명의 인명 피해가 있었다. 그러나 신분증이 없던 이름 없이 희생된 이들이 더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리역 주변 500m 안에 있던 건물은 흔적을 찾기 어려웠고 반경 4km까지 충격파의 피해를 보았다.

세월은 흘러 어느덧 40년이 지났다. 40년이 지난 오늘 2017년 11월 11일 그날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한 ‘치유 40년 미래 40년’ 추모행사가 익산역 광장에서 열린다. 추모탑 헌화, 추모식, 추모행사로 진행된다.

이번 행사에서는 당시 아무도 기억조차 해주지 않는 희생자들과 그날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중이고, 아픔을 승화하기 위한 ‘익산 시민 대합창단’ 100명의 공연이 이어진다.

또한, 당시 삼남극장에서 공연하다 사고를 당했던 ‘하춘화’씨의 추모공연도 마련되었다.

우리는 2014년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국민들이 커다란 슬픔을 겪었다. 세월호 사건도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러야 그 아픔이 희미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리역 폭발사고는 4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아픔으로 남아 있다.

‘치유 40년, 미래 40년’ 이리역폭발사고 40주기를 맞는 오늘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가 아닐까 싶다.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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