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주 오는 15일까지 3천500두 모두 출하 축사 15개동 폐쇄

인근 주민들 “이제야 살 것 같다” 반겨… 개발 계획은 구상 중

출입금지 표지판 너머로 보이는 낡고 허름한 영명농장.

4일 오후 4시 30분, 오산면 장신리 토석레미콘으로 들어가자 뒤로 통하는 비포장 흙길이 나온다. 이 길로 150여m 들어가자 오산면은 물론 송학·모현동 주민들을 십 수 년 악취 고통으로 몰아넣었던 돼지사육 농장인 ‘영명농장’이 펼쳐진다.

농장 입구엔 온몸을 감싼 군청색 방역복 입은 사람이 보초처럼 서 있다. 농장 안엔 똑같은 방역복 입은 사람들이 분주히 축사를 오가고 있다.

이들은 영명농장에서 키우는 돼지 3천500두를 차에 싣고 다른 농장으로 옮기려고 온 한 축산농장 직원들.

“돼지 오늘 나갑니까”라고 묻자 보초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나갈지, 내일 나갈지. 아무튼 우리 사장님하고 계약한 날짜까지는 돼지 전부를 옮길 겁니다”라고 말한 뒤 입을 굳게 다문다.

1월 15일까지 영명농장의 돼지 3천500두가 모두 출하되고, 4천297.4㎡ 면적의 축사 15개 동이 전부 폐쇄된다. 2005년 4월 29일 익산시에 영업 신고한 지 13년여 만에 문을 닫는다.

지지부진한 전원마을 조성사업을 않고 독자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영명농장주가 지난해 12월 22일 정헌율 시장과의 축사 폐업 업무협약을 맺고 난 후 이달 초부터 거의 매일 돼지 출하가 진행되고 있다.

영명농장주는 4일 <익산열린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더 이상 (주민들에게)피해 주지 않으려고 폐업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폐업 결정을 두고 항간에는 ‘익산시로부터 영명농장 인근 부지의 개발인허가 등 행정적 지원을 받기로 약속받은 영명농장주가 민간 투자자를 구해 조만간 독자 개발을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는 입을 다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익산시는 지난해 12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영명농장이 돼지 출하를 시작으로 올 상반기 중 축사 철거와 사업장 부지 1만1천200㎡를 정리할 계획이라고 한 바 있다.

때문에 ‘전원마을 사업이 물 건너 간 만큼 대규모 아파트를 지을 거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지만 영명농장주는 “민간 투자자는 아직 없고, 무얼 할 지 구상 중”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다만 익산시청 안팎의 여론에 따르면, 영명농장주가 개발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농장을 조기 폐업하기로 한 것은 올해부터 ‘악취배출신고시설’로 지정돼 낡고 허름한 축사시설로는 엄격한 단속기준에 따른 운영이 힘들기 때문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영명농장 폐업 소식은 십 수 년 동안 몸살을 앓아온 인근 주민들에게 그야말로 반가운 낭보 중의 낭보다.

영명농장에서 100여m 떨어진 광명마을 주민들은 물론 더샵아파트, 장신휴먼시아 주민들, 멀리 모현도서관 인근 상가 상인들도 쌍수를 들며 반기고 있다.

주민들은 “날씨가 따뜻한 날엔 코를 찌르는 돼지분뇨 냄새 때문에 숨쉬기도 힘들었다. 더운 여름엔 창문도 못 열고 살아왔다. 올해부터는 이런 고통이 없어지니 살 것 같다. 농장이 빨리 철거되고 아파트가 됐든 좋은 시설이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토석레미콘 뒷길에서 바라본 영명농장의 전경

광명마을에서 바라본 영명농장의 전경.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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