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가치관 등 8개 주제 삶의 나침반 돼… 수료증 발급 취업에 도움

“처음엔 다들 그래요. 무슨 물리학 교수가 인문학 강의를 하느냐고 신기하게 여기죠. 그런데 물리학과 인문학은 많은 연관이 있답니다. 우리 자연과학대학 교육목표가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자연과학인 양성’인 것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죠.”

황근창 교수(62). 현재 원광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반도체 디스플레이학과장을 맡고 있는 그는 물리학자다. 물체가 뭉치면서 작용하는 것을 연구하는 ‘응집물 물리학 박사.’

평생 실험실에서 계산만 하고 살 것 같은 그는 매년 봄, 가을학기면 인문학 강의를 펼치고 있다.

이름 하여 자연대학 ‘지각력 개발, 인성개발’ 강좌. 물리학 교수가 하는 인문학 강의라는 것이 왠지 어색한데다 학점도 전혀 없는 교과 외 강의, 이른바 ‘방과후교실’이지만 무려 5년째 학생들의 수강신청이 이어지고, 일반시민들조차도 강의를 들으러 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무료 강좌다.

그는 “4주 동안 인성과 가치관 등 8가지 주제로 강연을 한다. 왜 태어났는지, 왜 존재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진지하게 토론하여 자아 정체성을 세워 나가는 프로그램이다. 가치 있는 삶을 스스로 찾고 삶의 나침반을 세우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수강생이 줄을 잇는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강좌는 물리학에서 발견된 법칙과 원리를 철학, 불교, 원불교 등의 교리와 연결시킨 것이 특징. 자신의 행복과 세상에 도움이 되는 올바른 가치관, 인생관을 확립하고 지각력을 개발해 존재 이유 등 삶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그는 “요즘은 기업에서 인성을 갖춘 인재를 찾고 있다. 지각력 개발 강좌는 비록 학점이 없지만 취업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기학 자연대학장님께서는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수료증도 발급해주시는 등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계시다”고 고마움도 전했다.

그는 5월 8일 4주차 강의를 마치고 5월 29일 수료증을 발급한다.

지각력 개발 강좌를 매년 2차례 열고 있는 이유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유훈’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그의 부모는 그가 어릴 때부터 ‘홍익인간이 되어야 한다. 남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가르쳐왔다.

서울 강남 명문인 휘문고와 고려대 물리학과를 나온 그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라이트스테이트 대학에서 석사를 마쳤고, 텍사스 크리스챤대학에서 물리학 전공으로 이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물리학자인 그가 인문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고교 시절부터였다. 불교도인 할머니 영향을 받은 그는 휘문고 옆에 있는 조계사에서 불교 공부를 했다. 물리학이 불교와 많은 연관이 있는 것을 깨닫고 원불교에도 심취했다.

현재 갈산동 옛 익산경찰서 앞 관음사에서 ‘물리학과 깨달음’을 주제로 7년째 불교대학 강의를 하고 있다.

한국정신과학학회 회장도 역임한 그는 매일 명상과 단전호흡을 하고 있다. 검도 3단에 유도, 태권도, 탁구 등을 섭렵한 만능스포츠맨이기도 하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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