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조사 않고 설계 탁상행정 날림공사로 애먼 농민만 피해

농민 재공사 요구에 농촌공사 “양수기로 물 대라” 적반하장

춘포면 엽동마을 임세균 씨가 개선공사 후 용수로에서 배수로로 변한 농수로를 가리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정말 엉터리 농수로 공사입니다. 논에 물 대는 용수로가 개선 공사 한 후로 배수로가 돼버렸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 익산지사가 설계를 잘못한 건지, 공사업체가 날림공사를 한 건지 정확한 책임규명을 하고, 예전처럼 문제없이 논에 물 댈 수 있게 재공사해주세요.”

춘포면 엽동마을에 사는 임세균 씨는 얼마 전 ‘아니함만 못한 엉터리 농수로 공사’ 때문에 90평생 처음으로 힘든 모내기를 치렀다.

문제의 장소는 ‘익산시 춘포면 창평리 911번지’ 농로에 딸린 농수로. 이 농수로는 논에 물을 대는 ‘용수로’다.

임 씨는 30년 전 경지정리가 된 후로 이 농수로에서 아무 탈 없이 논 4필지에 물을 대왔다. 임 씨의 논 4필지는 이 농수로를 따라 나란히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익산지사(이하 익산농촌공사)는 흙으로 돼 있던 이 농수로를 개선한다며 지난 5월 초 공사를 진행했다. 성인 어깨 넓이와 성인 무릎 높이정도 되는 가로세로 50cm의 ‘U자형 콘크리트 관’을 이 농수로에 설치했다. 관 길이는 200m가량으로 5월 말 공사를 완료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공사업체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임 씨의 논 물꼬를 틀어막기 시작했다.

임 씨가 따지자 공사업체 관계자는 “농로 건너편에 있는 임 씨의 논은 이 농수로에서 물 대는 구역이 아니다”고 되레 역정을 냈다.

임 씨는 “논 4필지 모두 농로 밑으로 수로관을 매설해 농수로에서 물을 댄지가 30년이 넘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항의하며 물꼬를 다시 트도록 했다.

겨우 물꼬를 지켰지만, 문제는 공사 완료 후였다. 농수로에서 물이 한가득 흐르는데도 임 씨의 논은 물꼬를 열어봤자 물 한 방울 들어오지 않았다.

애가 타들어가는 임 씨는 이 농수로를 담당하는 익산농촌공사 관계자에게 달려가 농수로 관을 높여서 다시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임 씨는 “익산농촌공사 관계자가 고개를 뻣뻣이 들고 되레 당당하게 ‘다시 공사를 못해주니 양수기를 사서 물을 품으라’고 했다. 특히 나를 좋지 않게 보고 있다며 은근히 반협박까지 했다. 힘없는 농부라고 나이어린 사람에게 이런 수모까지 당했다. 정말 ‘아니함만 못한 공사’를 해놓고 적반하장이 따로 없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어쩔 수 없이 20만 원짜리 양수기 3대를 사서 논에 물을 댄 임 씨는 열려 있던 물꼬를 통해 농수로로 물이 빠지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 30년 간 용수로였던 곳이 배수로가 돼 버린 순간이었다.

힘겹게 모내기를 마친 임 씨는 “열흘 후엔 논에 물을 또 대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크게 한숨지었다.

임 씨는 “이 농수로 공사는 설계부터 잘못됐다. 익산농촌공사 관계자가 현장조사도 안 하고 설계해 우리 논에 물을 못 대게 만들었다. 그리고 멀쩡한 흙 높이를 낮춰 용수로를 배수로로 만들었다. 탁상행정과 날림공사에 애먼 농민만 피해를 봤다”고 맹렬히 꼬집었다.

논에 물을 대려고 해놓은 물꼬는 무용지물이 됐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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