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졸업장도 받지 못할 뻔했던 소년 이강래는 제자를 자신보다 사랑했던 담임교사의 용기 있는 결단으로 장차 사회에서 존경받는 교육자로 자랐다.

위기 청소년들의 수호천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사)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 이사장인 이강래 원광대 경영학부 교수(65)의 이야기다.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밟힐수록 파릇파릇 생명력이 강해지는 ‘보리’처럼 고난과 역경에도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알찬 열매가 되자는 뜻을 담은 ‘맥지(麥志)’는 전남 광주에 대안학교인 ‘도시속참사람학교’, 광주동구학교밖지원센터 ‘꿈드림’, ‘여자중장기청소년쉼터’를 운영하는 사회복지기관이다.

도시속참사람학교는 학교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만13세부터 18세까지의 청소년들이 재능계발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펼치고, 꿈드림 지원센터는 학교밖에 나온 청소년이 당당하게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자격증 취득, 직업훈련 등을 지원한다.

여자중장기청소년쉼터는 가정 복귀가 불가능한 만 16세~24세 여성청소년에게 최장 4년까지 숙식과 학업 등을 지원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시설이다.

전국에 맥지를 후원하는 회원은 780여명, 이중 익산에 150여명이 매월 적게는 3천 원부터 많게는 100만 원까지 성금을 내고 있다.

후원기업도 하림, 삼성전자, 보령제약, 보광그룹 등 대기업을 비롯해 100곳이 넘는다.

이런 거대 단체를 태동시킨 작은 거인 이강래는 학창시절이 남달랐다. 전남 보성이 고향인 그는 고교 1학년 말부터 학교 가기 싫다는 이유로 무려 260일이나 무단결석했다.

이로 인해 고교 졸업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그의 담임이었던 윤옥주 교사는 “이강래를 졸업시키지 않을 거면 내 사표부터 받으라. 내가 능력이 없어 재능 있는 아이를 문제아 아닌 문제아로 만들었다”며 학교에 맞섰다.

담임교사의 결단으로 무사히(?) 고교를 졸업했지만, 그는 3년 간 절에서 은둔했다. 군에 끌려가다시피 입대한 그는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목도했다. “세상을 개혁하려면 내가 먼저 배워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낮에는 취사반에서 밥을 짓고, 밤엔 촛불을 켜고 공부했다. 제대 전 조선대 회계학과에 합격한 그는 2학년 때 조선대 학생회장에 당선됐다.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고, 전두환 신군부가 들어설 무렵 그는 학생운동을 하다 4개월 투옥됐고, 강제 퇴학까지 당했다.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사람은 박길진 원광대 총장과 이성택 교무처장. 그를 아끼는 조선대 교수의 부탁으로 원광대 회계학과에 편입했다. 대학원을 나와 경영학 박사학위를 딴 그는 대학 강단에 섰다.

그런 그가 위기 청소년 수호천사가 된 것은 1980년. 집 없는 아이 3명을 길에서 건져 월세 방을 구해 보살폈다. 이것을 시작으로 뜻있는 선후배와 사설 청소년상담소까지 차렸다. 이렇게 출발한 것이 바로 ‘맥지회.’ 초대 회장이 된 그는 맥지회 슬로건을 ‘최혜자(最惠者, 최선을 다해 나누고 베푸는 사람)’로 정했다. 1997년 공식출범한 (사)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도 슬로건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오는 8월 교수를 정년퇴임하는 그는 ‘키퍼넷(keeper net) 운동’을 펼치며 위기 청소년 후원·활동가 모집에 열중할 계획이다.

그는 “집에 월급봉투 가져다준 것이 교수 초임 때 4달 뿐이다. 마동에서 새천년약국을 운영하는 부인(서경란, 62)이 저를 믿고 단 한 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아 지금까지 수많은 위기 청소년들을 도울 수 있었다. 덕분에 딸(이미지,35)도 서울대 장애특수학부 교수로, 아들(이용빈,33)도 한국농어촌공사 군산지사에서 성실히 근무하는 성인으로 잘 자라줬다”며 가족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맥지 후원문의 ☎062-368-8041.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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