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신나게 물장구치는데 부모는 그늘막서 찜통더위와 사투

선풍기 등 세심한 배려 없어 아쉬워 가족단위 물놀이장 설치요구

어린 아들을 데리고 물놀이장을 찾은 엄마아빠가 바람 한 점 없는 그늘막 아래에서 멍하니 물놀이장을 바라보고 있다.

“애가 저렇게 좋아하는데 더워도 어쩔 수 없죠.”

김모 씨(42·모현동)는 한숨 쉬듯 말을 뱉었다. 익산시에서 마련한 물놀이장에서 신나게 물장구치는 아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한낮 더위가 빨리 지나가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김 씨를 만난 곳은 배산체육공원 내 설치된 물놀이장 옆 그늘막. 지난 1일 오후 3시, 물놀이장 옆에 나란히 설치된 그늘막에는 김 씨와 같은 젊은 부모들이 평상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평상을 차지하지 못한 부모는 멀찍이 떨어진 나무 그늘 아래로 숨어들었다.

이날은 올 들어 유난히도 무더웠다. 살갗이 따가울 정도로 햇볕은 강렬했고, 바람 한 점 불지 않아 숨이 턱턱 막혔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굵은 땀방울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날이었다.

달궈진 복사열은 그늘막 아래 평상에 앉은 부모들을 괴롭혔다. 하지만 부채질 말고는 딱히 더위를 식힐 만한 게 없었다. 익산시가 어린이 전용으로 설치한 물놀이장이다 보니 어른들의 출입이 금지돼 물 한 번 몸에 적실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공원 매점에서 사먹는 얼음냉수나 아이스커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무더운 날이었다.

영등시민공원과 중앙체육공원, 수도산체육공원에 설치된 물놀이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물장구치는 어린이들의 얼굴은 웃음이 그치질 않았고, 더위에 지친 부모들의 얼굴은 갈수록 일그러져갔다. 더욱이 이 3개 공원엔 매점도 없어 부모들은 물 한 모금 축이기도 어려웠다.

“선풍기라도 틀어줬으면….”

부모들은 하나 같이 익산시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물놀이장을 찾는 어린이들이 혼자 오겠느냐. 당연히 보호자와 같이 올 텐 데, 보호자에 대한 배려는 몇 개의 그늘막과 평상뿐이다”고 한숨지었다.

“물놀이장은 어린이들에겐 천국, 어른들은 개고생”이란 말도 흘러나왔다.

2015년부터 해마다 여름이면 야외 물놀이장을 운영하고 있는 익산시는 지난달 25일부터 오는 11일까지 4개 공원에 무료 물놀이장을 운영하고 있다.

소요예산은 에어바운스 수영장 설치비와 안전요원 24명 인건비 등을 포함해 약 1억 원.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열리는 물놀이장은 해마다 2만여 명이 찾을 정도로 어린이들에겐 인기지만, 더위를 식힐 길 없는 부모들에겐 고행이 따로 없다.

부모들 사이에선 4곳에 따로 어린이 전용 물놀이장을 하지 말고 한 곳에 가족단위로 즐길 수 있는 대단위 워터파크를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도 나오고 있다.

목포 축구공원 실내체육관에 운영되는 임시 유료 워터파크처럼 팔봉 익산실내체육관 내에 물놀이장을 크게 설치하고, 밖에는 먹거리장터도 개설하면 온 가족이 즐기는 피서지가 되고 전국 명소도 될 수 있다는 소리다. 단 요금을 1천 원 안팎으로 하면 부담도 적다는 계산이다.

익산시는 “부모님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했다면 죄송하다. 개선토록 하겠다”며 “가족 단위 물놀이장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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