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식의 성숙, 청소년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

익산시청소년수련관장

역사의 뒤안길을 돌아보면 민주주의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먹고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3.1운동,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6.29선언과 촛불혁명 등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굵직굵직한 행동에 청소년이 참여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학생, 노동자를 비롯한 시민들의 역할에 비해 그 영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청소년이 시민과 국민으로서 독립과 해방, 민주주의와 혁명, 인권과 삶을 위해 나섰던 순간들을 주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앞서 언급한 근현대사의 청소년의 증명해주고 있듯이, 청소년도 인간이고 시민이기에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럼에도 청소년들은 미성숙하고 잘 모를 거라는 편견, 청소년들의 정치적 행동은 ‘안 되는 일’이라는 인식을 전제하고 있다. 한마디로 청소년을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주역으로만 바라보는 굴절된 관점이다.

이러한 굴절된 관점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고정관념 가운데 하나이다. 이 고정관념은 1970년대를 지나 1980년대를 거치면서 강화되었다. 학교가 부족해서 배울 수 없었던 일정강점기나 가난해서 학교에 갈 수 없었던 박정희 시대까지는 오히려 청소년들이 성인들과 분리되지 않았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가족농업노동에 참여하거나, 대도시에서 홀로 임금노동에 나서야했다. 따라서 3.1운동이나 4.19혁명, 70년대 노동운동에 청소년이 적극 참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다 교육이 계층 상승의 유력한 길로 본격화된 1970년대를 거치면서 청소년은 학생이 되었고, 청소년 노동자들은 작업복을 벗고 교복을 입게 됐다. 청소년들은 학교가 정해주는 교칙에 따르고, 대학 진학을 위해 밤늦게까지 야간자율학습에 열중하는 ‘모범생’이 되도록 요구받았다. 그 결과 청소년들의 참여행동은 ‘불온한 학생들의 저항’내지 ‘미성숙한 자들의 특별한 행동’으로 취급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청소년 인권’이라는 새로운 물결이 일기 시작하고, 청소년 또한 신자유주의의 한복판에 내던져지면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소년들은 근현대사의 주체적인 구성원이었으며,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공이 아니라 ‘현재’의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청소년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사는 인간이다.’청소년들에게 아무리 달콤한 미래를 약속한다 해도 현재의 인권과 권리 침해가 용서될 수는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만 19세 넘어 투표를 할 수 있게 될 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될 때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청소년들의 현실 속에서도 실현되어야 하는 가치이고, 현재를 사는 구성원의 당연한 권리인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만 17세가 되면 주민등록증을 발급해주고 있다. 비로소 대한민국 주민으로서 주체적인 존재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 권리 중의 하나인 선거권을 부여해 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참고로 9급 공무원 응시자격과 자동차 면허증 취득 가능한 나이가 만 18세이다. 그런데도 현재 대한민국 공직선거법에서 투표권을 부여하는 나이는 만 19세 이상이다(제15조 선거권). 지금의 이런 모순된 상황을 정치공학적인 접근이 아닌, 건강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입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익산시와 익산시의회와 청소년유관기관과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어 ‘익산시청소년민관협의회’를 발족해 ‘익산시 청소년정책 중장기 계획’을 세워가는 일은 전국 229개 지자체 중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왜냐하면 청소년들이 역사의 주체였음을 인정하며 익산시 청소년들의 의견이 반영된 실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중장기정책을 세워가기 위한 ‘나비효과’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익산시 청소년 중장기 정책이 정부의 ‘제6차 청소년 정책(2018~2022)’과 호흡을 같이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정책이 신속하게 입안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청소년이 근현대사의 주역이었음을 인정하며, 청소년의 사회적 지위와 권리에 대한 시민의식의 성숙이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할 선행되는 과제임을 명심하며 책임감 있게 헤쳐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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