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표 에세이= 최 부자 되기

권순표 (유)사각사각 대표

경주교촌마을에 가면 최 부자 댁이 있다. 12대, 400년 동안 부와 명예를 이어오면서 한국적 자본주의의 모범을 보여준 만석꾼을 지낸 집안이다.

특히 최 부자 네 '육훈'과 '육연'은 널리 알려져 있다.

먼저 육훈의 내용은 이렇다.

하나.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라.

하나.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하나.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하나.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하나.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하나. 시집 온 며느리는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

두 번째 육연의 내용이다.

하나. 자처초연(自處超然) 스스로 초연하게 지내고,

하나. 대인애연(對人藹然) 남에게 온화하게 대하여,

하나. 무사징연(無事澄然) 일이 없을 때 마음을 맑게 가지고,

하나. 유사감연(有事敢然) 일을 당해서는 용감하게 대처하며,

하나. 득의담연(得意淡然) 성공했을 때는 담담하게 행동하고,

하나. 실의태연(失意泰然) 실의에 빠졌을 때는 태연히 행동하라.

나는 이 육훈과 육연을 보면 이들이 왜 그토록 오랫동안 존경 받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 내용은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다. 이런 당연함을 지키고 사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너무 어려운 환경인 것 같다. 특히 최근 들어 ‘사람의 성공’이라는 단어가 많은 돈과 관직으로 평가 받는 사회가 되면서 더욱 이런 삶을 살기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도 최근에 육훈과 육연을 지키면서 살아가려는 사람이 주위에 많아지고 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필자를 포함해 사회적경제 조직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최 부자처럼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한 영향력은 악한 영향력보다 크다. 아직은 큰 변화를 일으키는 능력은 없지만 사회적경제 조직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선한 영향력은 작은 변화를 만들고, 곧 좋은 영향력을 발휘 할 것이다.

필자와 우리 모두가 진짜 최 부자가 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