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천 오염된 물 저장 악취 코 찔러… 녹색 물감 푼 듯 '녹조' 발생

상수원보호구역 내 버젓이 농사… 한때 폐기물 무더기 버려지기도

30만 익산시민의 식수원인 ‘신흥저수지’지가 물 전체에 녹색물감을 풀어놓은 듯 녹조현상으로 오염이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 상수원보호구역인 신흥저수지 위에는 농사가 아무 제재 없이 지어지고 있고, 쓰레기가 태워지는 등 무방비 상태다.

27일 오전 11시, 30만 익산시민들에게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는 신흥정수장. 그 위 수원지인 ‘신흥저수지’의 물 색깔은 마치 녹색물감을 풀어놓은 듯했다.

비가 상당히 내리고 있는데도 녹색은 옅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간간히 비가 그치면 녹색은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녹조’였다. 녹조는 남조류가 많이 생겨 물색이 짙은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 한 마디로 물이 오염됐다는 신호다.

녹조 발생원인은 강한 햇살과 높은 수온, 그리고 인과 질소 등 많은 영양염류 함유, 느린 유속 이 3가지인데, 신흥저수지는 이 3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다.

특히 불쾌한 냄새와 독소를 배출하는 유해한 남조류가 증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신흥저수지로 유입되는 물은 상류에서부터 오염이 심각한 완주 ‘고산천.’ 물고기 한 마리 없는 죽은 하천에서 흘러든 물은 ‘어우보’를 통해 농업용수가 흐르는 ‘대간선수로’에서 취수돼 신흥저수지로 퍼 올려 진다.

이미 상류에서부터 페놀과 각종 쓰레기, 농약, 비료 등으로 오염되고 영양염류까지 다량 함유한 고산천 물이니 녹조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신흥저수지의 관리실태다. ‘상수원보호구역’이지만 신흥저수지 바로 위에는 과수원이 있다. 농사를 짓는다는 얘기다.

익산시 관계자는 “상수원보호구역이라도 농사를 짓지 못하도록 할 법규가 없어 제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는 농민은 “친환경적으로 낙과한 복숭아를 발효시켜 비료로 줘 농약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행히 농약은 아니지만 땅속으로 스며든 비료가 신흥저수지로 흘러들어 녹조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은 분명해 보인다.

농민은 2~3년 전만해도 자신의 과수원 옆에 폐기물을 버리고 가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털어놓았다. 지금은 문을 달아 사라졌고, 익산시에서도 폐기물을 전부 치워 깨끗해졌다고 했지만, 옛날 신흥저수지 주변에 울타리가 쳐지기 전 버려진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됐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동행취재에 나선 이석규 호남환경감시단 총재는 “오래전 신흥저수지 위 시유지에 한 사람이 나무를 심고 거름을 몽땅 준 일이 있다. 비올 때마다 시커먼 물이 신흥저수지로 흘러들었다. 지금도 땅 밑이 시커멓고 그 물이 흘러들고 있다는 제보전화가 얼마 전에도 걸려왔다”고 말했다.

이를 취합해보면 신흥저수지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침전물의 정체가 의심되는 상황.

그러나 익산시 관계자는 “물 위에 떠있는 나뭇가지 등은 치울 수 있지만, 현재로선 저수지 바닥 청소는 불가능하다. 청소하려면 물 전체를 빼야 하는데 그러면 수돗물 공급을 못한다. 그렇다고 갈퀴 등으로 물을 휘젓다가는 침전물이 위로 떠올라 정수도 쉽지 않다”며 사실상 손 쓸 수 없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석규 총재는 “아무리 정수를 해 수돗물이 안전하다지만, 원수가 더러우니 이 물을 먹는 시민들은 찝찝한 마음을 지울 길 없다. 또 이 물을 정수하기 위해 얼마나 화학물질을 투입했을지도 생각하면 안심이 되지 않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하루 빨리 광역상수도로 전환하는 것이 30만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흥저수지 위에서 바라본 신흥정수장.

낙과한 복숭아를 발효시켜 비료로 만들고 있는 통에서는 썩는 악취가 코를 찌른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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