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복합문화지구 누에 팀장

상류층은 처음 사람을 만나면 이런 대화를 한다.

‘어느 동네에 사시나요?‘

‘어느 유치원을 나왔나요?’

단 2가지 질문이면, 만남을 이어갈 것인가? 시간 낭비 말고 그만 일어날 것인가? 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한다.

진정한 로열패밀리는 이 대화를 통해 걸러지고, 부자(富者)에도 부류가 나뉜다는 것이다. 이미 유치원에서부터 부류가 나뉘고, 단골 레스토랑으로 품격을 짐작할 수 있다는 거다.

그들에게 있어 진정한 부란 문화적 품격도 갖춰야 한다고 그들은 믿고 있다. 유머로 넘기기에는 씁쓸한 구석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 대통령 투표권은 대기업 회장도 한 표, 가난한 촌부도 한 표의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문화는 결코 똑같은 1장을 허용하지 않는다. 클래식 공연을 보며 행복에 젖어드는 이가 있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졸음부터 쏟아진다. 브랜드 커피숍만 찾아다니는 이가 있는 반면 자판기 인스턴트커피 한 잔으로도 행복한 이들이 있다.

사실 ‘문화’만큼 계급적인 것은 없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1930~2002)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문화계급이 더욱 뚜렷해졌다’고 주장한다. 그가 주장하는 ‘아비투스(Habitus)’개념은 개인의 문화적인 취향과 소비의 근간이 되는 성향을 말한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문화적 취향을 은근히 과대평가하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객관적 잣대로 보면 나의 문화적 취향은 사실 내가 속한 계급의 문화적 취향일 뿐이다.

부르디외 식으로 말하자면 타고난 것이 아니라 후천적 아비투스가 행동으로 나타난 것뿐이라는 것이다. 

요즘 정치권에서 쏟아져 나오는 폭로전을 보면서 사는 세상이 다른 사람들의 아비투스를 원하지 않아도 계속 듣게 된다.

개인의 취향을 넘어 대중에게 마음의 폭력으로 다가선 이들의 아비투스(취향)가 우리 사회에서 계급으로 굳어지고 권력으로 굳어지고 있는지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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