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채심리상담센터장 / 교육마술연구센터장

해마다 모든 고등학교에서는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체크하는 검사를 진행한다. 그 검사 결과를 토대로 우울지수와 자살지수가 높은 학생들은 심리・정서적 안정을 위한 상담치료를 받게 된다. 그런데 이들은 전교에서 우울감이 심하고 그저 죽고만 싶은 학생들만 모여 있어 일반적인 상담기법을 적용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그동안 많이 쓰이고 있던 예술치료 같은 다양한 심리상담기법들은 학생들의 참여 의지가 없으면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 할 수 있는 뭔가 강력한 매개체가 필요 했다.

그러던 중 마술치료에 대해 알게 된 고등학교 상담 선생님의 의뢰로 마술치료를 활용한 상담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효과로 다수의 고등학교에서 마술치료 의뢰가 들어왔다.

H고등학교에서 우울과 자살지수가 가장 높은 10명의 학생들이 2시간씩 10회기 동안  마술심리상담기법을 활용한 상담활동을 했다. 상담 첫날 70여명이 앉을 수 있는 넓은 강의실에 10명의 학생들이 여기 저기 각자 흩어져서 앉아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고 앞으로 앉아 줄 것을 부탁하자 대부분의 학생들은 무표정한 얼굴과 흐느적거리는 몸짓으로 귀찮음을 온몸으로 표현하면서도 고맙게 앞으로 와서 앉아 줬다. 그런데 단 한명의 친구는 제일 뒤에 엎드려 있었다. 그 학생에게 부드럽게 앞에 앉아 줄 것을 부탁하고, 앞에 앉게 되면 선물도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그 친구는 “선물 안 가져요!”라고 퉁명스럽게 말하며 얼굴을 묻고 여전히 엎드려 있었다.

간단히 내 소개를 하고 라포형성과 학생들의 순간적인 목적의식 고취를 위해 효과가 좋은 마술치료용 도구를 선보였다. 역시 나의 예상이 적중해 학생들은 영혼 없는 표정으로 꾸부정하게 앉아 있다가 눈을 크게 뜨고 자세를 고쳐 앉으며 적극적으로 자신들에게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아우성쳤다. 드디어 순간적인 목적의식이 생기기 시작한 시점이다. 의지가 생긴 학생들에게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마술도구를 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지만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고군분투하며 “선생님, 한 번만 더 보여주세요!”라며 조르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뒤에서 선물도 필요 없다고 엎어져 있던 친구는 고개를 들어 책상위에 살며시 올려놓은 마술도구를 엎어진 상태로 손으로만 만지작거리면서 잘 되지 않자 일어나 앉아서 본격적으로 시도했다. 잘 안되자 친구들이 다시 보여 달라고 하며 집중 하는 모습을 보더니 어느새 1교시가 끝나갈 무렵에는 제일 앞자리에 와서 나의 시범을 보고 있었다. 2교시가 끝나고 짐을 정리하고 나가는 나의 팔을 잡는 친구가 있었다. 놀랍게도 선물도 필요 없다고 엎어져 있던 그 학생이다. 내 팔을 잡고 애원을 한다. “선생님 한 번만 더 보여 주시고 가시면 안돼요?”라고. “오 ~ 열정이 아주 멋지구나. 좋아요 한 번 더 보여 줄게요. 다음 주에 선생님이 올 때까지 이 도구를 연출하게 되면 5점 주겠어요”라고 하자 결의에 찬 표정으로 “네 선생님 고맙습니다”를 외치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2회기 수업부터 이 학생은 나의 조교가 되어 아주 적극적인 태도로 수업에 임했다. 이 친구는 초등학교 시절 심각한 사건으로 어머니를 여의고 아주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그로인한 심각한 트라우마와 우울에 시달리고 있던 친구였다. 이 학생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기쁘고 즐거운 일이 생기면 자신도 모를 죄의식에 빠져 스스로를 더 어둠으로 몰고 가고 있던 때에 마술이라는 강력한 매개체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 들면서 본연의 숨겨진 적극적이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게 된 것이다. 

마술치료. 우울감이 많거나 삶의 의욕이 없을 때, 자신감이 없을 때, 사람들과 자연스러운 교류가 필요할 때, 순간적인 목적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매개체다. 그로인해 나의 작은 변화가 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강력한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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