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회‧강의로 왕성한 활동… “내 인생 사는 느낌, 취미활동 적극 추천”

은퇴는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낸다는 뜻이다. 열심히 달려온 그동안의 삶에 쉼이라는 상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은퇴를 앞둔 이들에겐 앞으로 어떤 삶을 설계할지 고민의 시기이기도 하다.

은퇴 후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당당하게 ‘악기’를 추천하는 이가 있다. 퇴직 후 다시 한 번 꿈의 날개를 활짝 펼친 만돌린 연주자 유애라 씨(60)다.

주부이자 코리아나화장품 호남본부장을 역임한 그는 자타공인 열혈 워킹맘이었다. 그런 그가 만돌린이라는 악기에 푹 빠져 새로운 인생 3막을 열었다.

3년 전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만돌린은 그를 금세 사로잡았다. 심금을 울리는 소리는 귀와 마음을 맴돌았다. 동호회 활동을 하던 그는 만돌린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위해 선생님을 찾아 나섰다. 수소문 끝에 만난 이는 이탈리아 파도바대 국립음악원에서 만돌린을 전공한 김병규 만돌린 연주가다.

그는 2년 간 한 달에 2~3번 씩 서울을 다니며 만돌린을 배우고 있다. 매일 최소 3~5시간 연습은 기본이다. 힘들 땐 '10번만 하자’며 마음을 다잡곤 했다. 스승인 김병규 씨는 그런 그에게 20번을 해야 한다며 다그쳤다. 안 해도 그만이지만 그는 굳이 20번씩 연습한다.

그는 “선생님 말대로 20번을 하니 내 것이 되는 것 같다. 할 땐 힘들지만 하고 난 후의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활짝 웃었다.

열정을 쏟아낸 덕분에 시작한 지 3년 만에 월등한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현재 익산원예농협 문화센터와 남중동 홍차이야기 카페에서 만돌린 강의를 하고, 매달 셋 째 주 금요일 김병규 연주가와 함께 연주회를 개최하고 있다.

그는 “나의 노력과 의지로 만든 결과이기에 행복하다. 만돌린은 나에게 변함없이 든든하게 옆을 지켜주는 친구 같은 존재”라면서 “젊을 때 여러 취미에 도전했지만 힘들면 관둘 정도로 쉽게 여겼다. 지금은 어려워도 하면 된다는 것을 알기에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만돌린을 만난 덕분에 그의 인생에 여유라는 공간이 생기기도 했다.

그는 “버스를 타고 다니다 보면 전에 보지 못했던 일상의 평범함이 눈에 들어온다. 직장에 다닐 땐 빨리빨리 하는 것이 당연했다. 지금은 한 가지씩 천천히 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이것이 여유라고 생각한다”며 “인생에서의 후회는 딱 한 가지다. 좀 더 일찍 여유를 누리지 못한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그의 만돌린 사랑은 가족들도 신기할 따름이다. 부군 김재영 씨와 아들 도완 씨(35), 딸 태윤 씨(32)는 그가 퇴직 후 우울감에 빠질까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가족들의 걱정을 모두 씻어줬다.

“이제야 나의 인생을 사는 것 같다”는 유애라 씨. 앞으로 만돌린의 본고장 이탈리아에 가서 마스터 과정을 수료하는 것이 꿈이다. 또 카페 음악회도 늘려가 볼 참이다.

그는 “노후에 악기를 취미로 한다는 것인 큰 행운이다. 많은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특히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는 악기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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