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애벌레숲학교 대표

익산시는 지난 2017년 말, 전라선 폐선부지에 시민들이 기증한 수목으로 ‘시민의 숲’을 조성했다. 옛둑에 조성된 시민의 숲은 10여종의 수목으로 식재되었는데 메타세쿼이아 길은 인상적이다.

은행나무, 소철과 함께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고 있는 메타세쿼이아는 낙엽 침엽 교목으로 낙우송과이다. 한국 갤럽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 9위이기도 하다.

또한 메타세쿼이아는 속성수라서 가로수로는 낙제이지만, 공원수로는 급제이다. 식물의 단풍은 생장호르몬이 더 이상 분비되지 않고 멈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다른 수목에 비해 늦게까지 오랫동안 단풍을 머금고 있는 것은 메타세쿼이아가 속성수임을 보여주는 흔적이기도 하다.

메타(meta)는 영어의 포스트(post), 즉 이후라는 뜻이고 세쿼이아(sequoia)는 체르키족 인디언 추장의 이름이다. 즉 메타세쿼이아는 세쿼이아 이후에 등장한 나무라는 뜻이다.

이 나무를 처음 발견한 시기는 중일전쟁 때이다. 1946년에야 지구상에 살아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그전까지는 존재가 밝혀지지 않았다. 중국 원산의 메타세쿼이아는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 포항에서도 화석으로 확인되었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담양과 더불어 창원 시내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도 담양 못지않다. 영덕의 경우에도 메타세쿼이아로 조성된 숲은 여름철에는 초록색, 가을엔 붉은색으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세쿼이아 이름이 들어간 수목들은 키가 큰 특성과 함께 유럽의 경우, 산불이 나도 세쿼이아는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세쿼이아 껍질이 아주 두꺼워 나무 밑동 부분의 껍질 두께는 60cm가 넘고, 부드럽고 두꺼운 껍질의 특성은 열을 차단해주는 섬유층 역할을 해서 잘 타지 않는다. 그래서 이 껍질의 보호를 받고 있는 세쿼이아는 산불이 나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메타세쿼이아 열매는 구과로 장미 모양과 함께 자세히 보면 입술모양을 발견 할 수 있다. 그래서 악세사리 재료로 자연물 만들기에 많이 이용되기도 한다. 할리우드 배우, 오드리 헵번은 아름다움을 부러워하고, 그 아름다움의 비결을 묻는 이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면 됩니다.”

새로이 시작되는 2020년 경자년에는 메타세쿼이아 열매의 아름다운 입술모양처럼, 익산 시민들이 서로에게 더 많은 친절한 말들과 함께 ‘옛둑 시민의 숲’의 메타세쿼이아 길이 더 아름다워질 미래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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