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마음까지 다독여 주고 싶어요”

신춘문예 등단 팔방미인 문예인…5년째‘힐링문학’인기 강사

“재미있으면서 주민들의 마음까지 다독여줄 수 있는 문화반장이 되고 싶어요. 주민과 공연‧행사를 잇는 ‘문화의 다리’말이죠.”

송학동 문화반장 조경화 씨(64‧동화작가‧문학 강사)의 소박한 다짐이다.

조 반장은 전공인 문학을 십분 활용해 주민들의 가슴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의 병도 치유해주는 다정다감한 문화반장을 꿈꾸고 있다.

그는 “단지 공연‧행사 정보를 알려주고 함께 관람하는데 그치지 않고, 수시로 만나 가슴에 묻어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나 딸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동네 할머니를 모시고 국악한마당 잔치를 관람하러 갔다. 심청가를 듣던 그 할머니는 공연 내내 말없이 혼자 서글피 울기만 했다. 바로 집에 모셔다드리면 안 될 것 같아 공연이 끝나고 할머니와 함께 근처 공원에 산책을 갔다.

아니나 다를까 벤치에 앉자마자 할머니는 수 십 년간 가슴에 묻어두었던 ‘슬픈 가족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한참을 부둥켜안고 울던 할머니는 금세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20여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갔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이 순간 깨달았다. 주민들의 마음의 병까지 쓰다듬어 줄 수 있는 문화반장이 되겠다고 굳게 다짐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사실 그는 익산에서 알아주는 ‘문학 강사’다.

마동 시립도서관에서 5년째 ‘힐링 문학’ 강좌를 인기리에 열고 있다. 전공인 문학을 통해 삶에 지쳐있는 시민들의 마음을 다듬어주는 강의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한번 그의 강의를 들은 시민들은 “신세계 였다”고 찬사를 쏟아낸다.

압권은 숙제. ‘맨발벗고 노을을 보고 오라’, ‘아침 햇살을 한 줌 쥐고 오라’, ‘무인도에 가져갈 10가지를 써본 후 1가지씩 지워라’ 등….

수강생들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지만, 뭔가 삶에 여운과 커다란 울림을 주는 물음표라며 오늘은 또 무슨 숙제를 낼까 기다리곤 한다고 그는 귀띔했다.

전북아동문학회 부회장인 그는 199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동화작가다. 당선작 제목은 ‘꼬마별 문어의 메리 크리스마스.’

2013년 동화책 단행본 ‘소풍날의 황금반지’를 출판한 그는 아동문예문학상과 전북아동문학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황정아 기자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