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경 연극연출가

‘우물 안 개구리.’

우물 안에 살고 있는 개구리 한 마리가 있었다. 그 개구리는 우물 속 자신의 삶의 터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다른 이들에게 방해 받지 않으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험한 요소도 거의 없었다. 달이 뜨는 날에는 우물 속에 비친 달이 꼭 자신만의 것 인양 만족해했으며 때로는 물 위에 떠 있어도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물 밖 세상의 경이로움을 모르면서 말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많은 시간을 자신만의 우물을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살아간다. 우물 안이 제공하는 평안함, 안락함, 개인의 자유는 분명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말이다. 그리고 그 우물에서 나와야 하는 상황을 그리 즐기지는 않을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말이다.

얼마 전까지 우리의 우물은 소극장 아르케였다. 사실 공연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소극장의 고마움은 그 소극장이라는 우물 안에 있었을 때는 잘 몰랐던 것 같다. 아니 알고 있으면서도 익숙함에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억지로 우물 밖으로 나와 버린 상황은 결코 즐겁지 만은 않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물 밖 세상은 우물 안에 있는 동안은 절대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즘 공연을 통해서 만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예술 장르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문화ㆍ예술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대한 경각심과 반성, 그리고 함께 도전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말이다. 그런데 참 대단하다고 느낀 점은 자신의 분야에 머물러 있지 않고 나름의 다양성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연극의 경우 연출이 희곡을 쓰고 무대를 제작하고 작품에 필요한 음향을 찾고 조명 디자인을 하듯이 말이다. 이런 점은 우물 안에만 있었다면 볼 수 없는 세상일 것이다.

‘우물 안과 우물 밖.’

우물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물 밖으로 나오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내가 있는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시선을 돌린다면 일상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단어들이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도전, 반성, 감사, 사랑, 행복이라는 단어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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