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중학교장

오늘은 일제 탄압에 맞서 조선의 자주독립을 외친 3.1절 101주년 기념일이다. 1919년 3월 1일 독립 만세 운동은 일제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투옥되거나 학살당했다. 이 땅은 그런 선조들이 피를 흘리며 목숨 바쳐 지켜온 곳이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외세에 눌려 제대로 우리의 주권을 행사하는 진정한 독립을 이루었는지 생각해 본다.

조선시대 노론과 소론, 남인에서 북인으로 나뉜 당파싸움으로 나라가 온통 피멍이 들었다. 지금은 우파네 좌파네 하며 진영을 가르고 있다. 여야로 나뉘어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네 탓만 외치는 수준 미달의 좀비 같은 정치인이 판친다. 국민의 안전은 뒷전이다.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당도 있다. 이럴 때 세상의 안녕을 위해 기도하며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종교가 해야 할 일이다.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망각한 정치인과 일부 종교 지도자들은 그들의 영달에만 눈이 멀었다. 옳지 못한 길로 국민을 선동하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진즉, 세상이 정치를 걱정하고 종교를 걱정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되었다.

나라가 어디로 가든지, 국민이 어떤 고통을 받던지 그들은 아무런 관심이 없다. 오직 상대방 발목 잡는 일에만, 교세 늘려 헌금 거두어들이는 종교 사업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에 공포에 떨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제가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정부는 코로나 19 확산과 장기화 조짐을 꺾기 위해 다중집회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몇몇 개신교 교회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랑곳하지 않는다. 종교는 개인의 안녕과 행복 추구라는 역할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배려라는 사명도 함께 짊어져야 한다. 이런 책임과 도리를 외면한 일부 종교 지도자는 사회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신앙공동체가 아무리 중하다고 해도 사회공동체를 넘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종교라도 국민의 건강과 생존권보다 우위에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독립 선언서 낭독에 참여한 민족 대표들은 모두 종교 지도자였다. 이들은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뒤로하고 오로지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종교 지도자들이 목숨을 걸고 강탈당한 주권을 되찾기 위한 행동에 앞장섰다. 그들이 그렇게 앞장설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외세에 굴복당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었을 것이다.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우선이었을 것이다. 서로 지닌 종교의 차이를 초월한 진정한 종교인의 사명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코로나 19 감염 불안감 때문에 사람들이 대면 접촉을 기피하고 있다. 매스컴에서는 헌혈 대열에 참가하는 사람이 줄어 혈액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계속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마침 오늘이 2주 만에 돌아온 276번째 정기 헌혈일이었다. 아침에 태극기를 달고 헌혈의 집에 도착했다. 다행히 헌혈의 집 간호사 선생님들이 정신 차릴 겨를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참 훈훈했다. 올바른 정치가 무엇인지 모르는, 교세 확장에만 혈안이 된 일부 정치인과 종교인들에게 여기는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그들만 빼고 나면 우리나라는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100년 전, 우리 선조들은 일제의 총칼에 맞서 끊임없이 저항하고 싸웠다. 지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처절한 싸움을 벌이는 공직자들이 있다. 불안에 떨고 있는 대구와 경북으로 달려가는 의료진이 있다. 건물주들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나 월세를 깎아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서로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고 주어진 역할을 다하면 머지않아 코로나 19는 물러갈 것이다. 곧 새봄이다. 봄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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