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먼저 피는 나무들이 알려주는 가로수의 봄”

애벌레숲 자연학교 대표

올 봄은 샤프심보다 작은 미생물로 인해 꽃이 먼저 피는 나무들을 감상하기도 전에 바닥에 떨어진 꽃잎들로 봄을 느껴야 하는 안타까운 시간들이다.

나무들은 겨울동안 겨울눈으로 지내다가 봄이 되면 꽃이 먼저 피는 나무, 잎이 먼저 피는 나무, 꽃과 잎이 같이 피는 나무들로 각자 자기들만의 생존전략으로 봄을 맞이한다.

우리 주변의 가로수 중 꽃이 먼저 피는 나무들의 순서를 살펴보면 회양목, 목련, 진달래, 개나리, 벚나무 등이 있다.

제일먼저 키가 작은 회양목의 꽃은 어떤 색일까? 많은 사람들은 회양목 꽃의 색깔이 녹색에 가까워서 잘 알아보질 못한다. 하지만 따뜻한 양지쪽 무릎아래에서 꿀벌들이 날아다니는 곳을 자세히 살펴보면 비누냄새, 페인트냄새 등 우리들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향기가 나는 회양목의 꽃을 발견할 수 있다. 회양목 꽃의 향기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어쩌면 그냥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회양목에 비해 키가 큰 목련의 꽃은 크기가 어른 손바닥만 하다. 언뜻 보면 흰 우유색인 것 같기도 하고 꽃봉오리는 북쪽을 향하고 있다. 익숙한 회양목 꽃의 향기와 달리 목련꽃의 향기는 향수의 원료로도 사용한다. 가로수로 심어진 목련 중 목련을 개량한 별목련과 일본 목련을 찾아볼 수 있다. 봄에 핀 목련을 보다가 한여름에 산속에서 목련꽃을 보게 된다면 그건 함박꽃나무이다.

가로수로 심어져 있진 않지만 진달래는 꽃이 먼저 피는 키가 작은 나무이다. 종종 진달래와 가로수로 심어진 철쭉을 구별하는 게 어렵다고 하지만 철쭉은 만져보면 끈적끈적하고 진달래는 끈적끈적하지 않다. 또한 철쭉의 가지에는 잔털이 많이 나있지만 진달래 가지에는 잔털이 나있지 않다. 그리고 확연히 구분할 수 있는 건 철쭉은 꽃이 잎과 함께 피지만, 진달래는 꽃이 먼저 피고 꽃이 지고나면 잎이 난다.

서양에서는 골든 벨이라 불리는 개나리도 꽃이 먼저 핀다. 노란색깔의 앙증맞은 개나리는 이형예현상의 특징을 보여주는데 자가불화합성을 위한 장주화(암술이 수술보다 긴 꽃)와 단주화(암술이 수술보다 작은 꽃)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아쉬워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봄꽃을 대표하는 벚나무 꽃을 감상할 수 없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장미과인 벚나무는 가로수로 많이 심는 왕벚나무이다. 혹자는 왕벚나무)를 일본의 국화로 알고 있는데, 공식적으로 일본 국화는 지정된 게 없고 왕실의 상징은 국화이다. 왕벚나무와 달리 잎이 먼저 나고 꽃이 피는 산벚나무도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많은 불편함을 주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도 바쁜 각자의 가족구성원들이 모든 외부행사들이 취소되고 연기된 시간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가사 일을 하고, 많은 대화를 하며 더욱더 깊은 가족애가 생기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가로수의 꽃들이 봄을 맞이하듯 가족들간의 사랑은 최고의 면역력이고 명약이다. 꽃이 지고나면 열매가 맺히듯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나고 나면 더욱더 값진 일들이 맺어질 것이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