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화 에세이=할머니의 웃음꽃

동화작가

'안톤 슈낙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책에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했고, 또 ‘꿈같이 아름다운 여름 밤 즐거운 웃음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는데 ,우울한 병실에 누워 있는 몸이 되었을 때’ 슬프다고 했다.

새순이 트고 연두색이 무성한 싱그러운 날에는 아름다움을 얘기하고 싶다. 어떤 이는 단풍보다는 새순이 돋는 초여름의 연두색이 황홀하다고 했고 아가의 웃음소리가 기분 좋아진다고 했다.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것은 엄마의 품 속 같은 부드러움 일 수도 있고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었을 때 일 수도 있겠다.

얼마 전 친구랑 우리 지역의 마을 축제에 갔을 때 일이다.

우리는 붐비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아침 일찍 축제장에 도착했다. 전 날 내린 비와 이른 시간이라선지 축제장에는 방문객보다는 준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축제에 먹거리가 빠질 수 없듯이 동네 어르신들은 떡, 군고구마, 군밤 등을 앞에 놓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친구가 떡을 파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3천 원짜리 떡 두 팩을 주문했다.

할머니는 거스름돈을 준비하지 못했다며 안절부절 했다.

“할머니, 나머지는 팁이예요.” 친구는 활짝 웃으며 할머니를 안심시켰다.

“무슨 소리여 마수를 해준 것도 고마운데 팁이라니 떡 하나 더 가져가요, 그래도 천원이 남어요.”

“천원은 팁하세요.”

주름진 할머니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마수도 하고 팁도 받고 재수가 좋으네.’

“할머니 건강하세요.”

할머니의 좋아하는 모습을 뒤로하고 축제장을 빠져 나오는 발걸음이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기분 좋다.

할머니의 웃음꽃과 친구의 행동이 향기가 되어 행복하다.

축제장에서의 일이 아름다움이 되어 내 마음에 여유로운 꽃이 피게 한 것이 감사하다.

행복하려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사람과 만나지만 친구의 아름다운 모습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있다. 천원으로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바라보는 사람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고 아름다울 수 있었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