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하라는 교량도 추락방지 보호철재 흔들흔들 위험

한국농어촌공사 익산지사 “예산확보 보수-신설” 타령

“너무 위험해 고쳐달라고 방송사에 제보했더니 기약도 없이 공사를 핑계로 아예 다리를 막아버렸네요.”

익산시 오산면 영만리 오산배수로 인근 교량.

‘해당 교량은 노후되어 차량 및 농기계 통행(보행 및 원동기 제외)을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제한하오니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우회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붕괴위험’ 언론 보도 후 이곳 교량 4곳 중 2곳은 통행제한 됐다.

통행제한 안내판에는 교량을 보수하거나 새로 신설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어른 몸통이 빠질 만큼 커다란 구멍은 시멘트로 임시 보수한 흔적이 선명했다. 그나마 곳곳에는 녹슨 철근이 그대로 드러나 교량이 얼마나 낡았는지 보여주고 있다. 발목이 잠기는 물웅덩이도 있다.

우회하라는 교량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이곳에도 ‘노후된 교량으로 5톤이상 차량 통행을 금지합니다’는 통행제한 안내판이 붙어있다.

하지만 보행자와 농기계의 추락을 방지하는 철재보호대는 교량 상판에서 떨어져 흔들거렸다. 교각과 교량 사이의 철재보호대도 녹이 슨 채 끊겨 있다.

한눈에도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면피용 조치다.

“농민들의 안전은 이렇게 무시돼도 되는 겁니까.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집니까.”

장신리에 사는 농민 김모 씨(60)는 “영만리 들녘에 있는 자신의 논에 가기 위해서는 위험을 무릎 쓰고 이곳 교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트랙터나 이앙기 같은 농기계를 운행할 때는 가슴을 졸인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농민 김모 씨(55)는 “그동안 교량위험을 호소하며 대책을 촉구했지만 누구하나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언론에 보도된 후 부산을 떠는 한국농어촌공사 익산지사와 뒷짐 지고 있는 익산시를 싸잡아 비난했다.

시설물 관리주체인 한국농어촌공사 익산지사는 지난 3일 오산면장을 수신인으로 ‘교량 2곳의 노후화로 인한 구조물 균열로 7월 1일부터 위험요소가 해소될 때까지 차량통행 제한을 알린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도 교량보수나 신설에 관한 내용은 없다.

오산면은 마을 이장단에게 이같은 사실을 문자로 알렸다는 입장이다.

한국농어촌공사 익산지사 담당자는 “최근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농민들의 통행이 많아) 전면통제가 어려워 교량을 우회하도록 했다. 안전점검 결과가 나오면 보수나 신설을 결정할 것”이라며 “최대한 예산을 빨리 확보해 올 가을이나 겨울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농민들은 “곧 닥칠 장마와 수확철을 앞두고 마음이 급하다”며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튼튼한 교량을 설치해 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지난 1980년대 초 오산 들녘 배수개선사업 때 설치한 영만리 교량은 폭 3m, 길이 30여m로 모두 4개다.

송태영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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