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청년드림협동조합 이사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 다양한 답이 돌아온다.

누군가는 헤어진 연인과 함께 갔던 여행지.

또 누군가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찾던 바닷가.

그리고 기분 전환을 위한 드라이브 코스와 어릴 적 살던 동네.

이렇듯 우리는 각자의 기억 속 장소를 그리며 산다.

만약 내가 지켜가고 있는 이 장소가 누군가에겐 그리운 장소라면 어떨까?

며칠 전 올웨이즈나잇에 40대 중반의 남성 세 분이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그리고는 그 중 한 분이 유독 상기 된 표정으로 매장을 둘러보시며 자리에 앉으셨다.

그리고는 꽤나 만족하신 목소리로 “여기 위스키는 종류가 무엇이 있나요?”하고 주문을 시작하셨다.

그렇게 두 잔, 세 잔을 드시던 도중 함께 온 일행 한 분이 먼저 귀가를 하셨고 다른 한 분은 주무시기 시작하셨다. 상기 된 표정으로 들어오신 손님은 적적하셨는지 “사장님 괜찮으시면 한 잔 같이 할 수 있을까요?”하며 대화를 걸어오셨고 자연스레 술잔을 나누었다.

“사장님 혹시 이 가게 자리가 예전에 어떤 곳인지 아세요?”

“예. 잘은 모르지만 작은 클럽이었고 그 다음은 칵테일 바였고 그 뒤로는 타코집, 맥주집 등 했던 자리로 알고 있습니다.”

“알고 계시는군요. 실은 저는 이 자리를 매우 좋아했어요. 벌써 약 20년 전이네요. 그 때는 정말 사람이 많고 활기찬 가게였죠. 그런데 오랜만에 익산에 왔는데 이 공간에 간판 불이 켜있어서 뭐가 생겼는지 궁금해서 한 번 들어와 봤네요.”

“처음 여기에 클럽이 들어왔을 때에는 정말 사람이 발 디딜 곳이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지금도 익산 거주하시나요?”

“아뇨. 지금은 자식들 학업 때문에 세종과 서울에서 주로 거주하고 있네요.”

“그래도 선생님께서 익산을 자주 오시나 봅니다.”

“부모님께서 익산에 계셨어요. 그리곤 몇 년 전에 어머님이 돌아가셨죠. 어머님께선 원광대학교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하셨어요. 아버님께서 직접 간병을 하셨고 저도 나름 자주 들렸죠. 제가 어머니를 많이 따랐거든요. 대학로 김밥집에서 아버지와 식사도 많이 했어요. 시간이 흘러 어머니께서 돌아가셨고 그 뒤로 정말 오랜만에 옵니다. 오면 어머님 생각이 너무 많이 나서요. 제가 와이프를 대학교 때 만나서 이 가게뿐만 아니라 대학로 거리를 참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제 청년기를 함께했던 아름다운 추억의 거리가 어머니를 보낸 뒤로는 다시는 못 볼 것 같은 거리가 되었네요.”

“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그럼에도 방문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사장님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다음에 와이프와 함께 오면 지금처럼 함께 대화를 나눠 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리고 앞으로 적어도 2년 많게는 제가 올 수 있을 때까지는 이 가게가 열려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코끝이 찡해짐을 느꼈다.

“물론입니다. 제가 이 올웨이즈나잇만 운영하는 것은 아니기에 항상 바에 서 있을 수는 없겠지만 예전부터 많은 청년들이 함께 모여 즐기고 저 또한 지금 즐기는 이 공간을 아지트처럼 사용하면서 꾸준히 이어가자고 다짐했었습니다. 저에게도 그런 의미가 있는 곳이며 선생님처럼 많은 분들의 의미가 깃든 장소라 참 다행이며 감사드립니다.”

“저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장님.”

내가 서있는 이 공간이 누군가의 소중한 장소라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조금 더 거창하게 표현한다면 거룩한 일이다.

무수한 공간에 무수한 기억이 스며들어 장소가 되었다.

당신이 지금 서있는 그 공간도 그러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모든 분들에게 박수와 감사를 보내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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