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고도제한 묶인 '마동지구' 주민들 인고의 세월

도심 속 외딴 섬으로 전락한 마동지구(마동 130-5번지 일대).

마동공원에 둘러싸인 마동지구는 옛 보배소주 공장과 고래등 5거리 사이에 자리 잡은 익산시에서도 손꼽히는 슬럼가다.

한 집 건너 대문이 굳게 닫혀 있고, 사람이 살 수 없어 헐어낸 집터에는 농작물이 어지럽게 심어져 있다.

폐교된 숲속 맹아학교 자리는 마치 ‘유령의 집’과 같은 모습이다.

학생들이 뛰어놀던 자리엔 어른 키보다 큰 잡초가 뒤덮여 있고, 건물벽과 옹벽은 곳곳에 금이가고 무너져 있다.

건물에서 유령이 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다.

폐교한지 20년이 넘었지만 고도제한에 묶여 새 주인을 못찾아 방치상태다.

마을 안 길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겨우 차량 한 대가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좁다.

차량이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한 대는 후진을 해야한다.

그나마 허름한 담벽에 그려져 있는 벽화가 있어 사람 사는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생활여건이 열악하다 보니 주민들은 하나 둘 마을을 떠났다.

13가구 폐가다. 거주하는 주민은 36가구.

왕복 4차선 도로가 맞 닿은 마을의 모습이라고 상상하기 힘들다.

주민들은 시골에도 이렇게 낙후된 마을을 찾기 어렵다고 생활의 불편을 토로한다.

마동지구가 이처럼 도심속 폐허로 전락한 것은 20년 넘게 고도제한에 묶였기 때문이다.

5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어 아파트 건설회사 등 개발회사들이 토지매입을 외면하고 있다.

백명순 전 마동부녀회장은 “언제까지 주민들이 재산 피해를 보고 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곧 마동공원을 개발하고 이곳에 아파트를 짓는다고 하는데, 이제는 고도제한을 풀어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주민 서명을 받아 익산시에 진정서도 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기다려 달라는 말 뿐이었다”며 “마동공원에 아파트를 지면서 우리 마동지구도 함께 개발해야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년째 마동지구에서 살고 있다는 김모 씨(80)는 “불편한 점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젊은 사람들은 떠나고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노인들만 남아 마을을 지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익산시 관계자는 “마동지구는 당초 공업지역으로 주택을 지을 수 없는 곳”이라며 “하지만 주민들의 생활편익을 위해 5층 이하 건물을 건축할 있도록 지난 2000년 주거지역으로 완화했다”고 말했다.

또 “현재까지는 고도제한을 변경할 요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마동공원 공원화 사업이 진행된 후 공원조망에 영향이 없고, 여타 여건변화가 발생했다고 판단되면 용역을 거쳐 전북도에 고도제한 변경을 요청할 것”이라고 고도제한 해지 검토 의사를 밝혔다.

마동지구 지적도. 노란색 부분이 빈집이다

송태영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