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김후란/시인)

내 마음

나직한 언덕에

조그마한 집 한 채

지었어요.

울타리는 않겠어요.

창으로 내다보는

저 세상은

온통 푸르른 나의 뜰

감나무 한 그루

심었어요.

어머니 기침 소리가

들려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깊어 가는 고향 집.

익산성장포럼대표/前익산경찰서장

지난 2018년 민주당 익산시장 후보경선 토론회에서 A 후보가 던졌던 질문이 생각난다. “김성중 후보님, 실제로 고향인 익산에서 산 기간이 얼마나 되나요?” 익산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마치고 둘째가 태어나기 까지 주말부부 생활을 했으며 본가와 처가 집이 익산에 있어 한 달에 몇 번씩은 왕래를 했던 나로서는 이해를 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나는 늘 실제로 익산에 살아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A 후보는 주소지를 기준으로 얘기를 꺼낸 듯하다.

인생의 초반전을 제하고 2016년 초부터 익산에 주소지를 두고 살았으니 4년째 익산에 실제로 살고 있다. 그러면, 익산에 주소지를 두면 익산에서 실제로 산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A 후보의 질문이 늘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고향(故鄕)은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을 의미한다. 예로부터 ‘고향을 떠나면 천하다’는 속담에서 말해 주듯이 자기 고향이나 집을 떠나 낯선 고장에 가면 자연 천대를 받기 쉬우며 고생이 심하고 외롭다고 표현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로 태어나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고향 말투를 지키려고 했던 자존심은 전라도 사람을 업신여겼던 한때의 광풍에 대한 나름대로의 투쟁이었다. 객지에 나가 살다 보면 고향 까마귀란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고향 까마귀란 고향 사람의 대칭으로 반가움과 그리움이 스며있는 정겨운 표현이다. 교통이 불편하던 옛 시절에는 고향 가기가 그만큼 힘들었기 때문에 고향 사람 만나면 고향 까마귀 보듯 그렇게 좋았을 것이다.

고향에서 같이 태어나 세월을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고향 사람들끼리 한곳에서 태어나서 오순도순 함께 살아가다 보니 터놓고 살아가게 되고 결국에는 죽어서도 고향 땅에 같이 묻힌다. 고향에서 태어나 고향에 뼈를 묻는다는 현실 앞에서 그만큼 고향을 더욱 사랑하게 되고 아끼게 되는 것이다.

고향은 언제나 좋은 곳이다. 자기가 살아가야 하는 고향, 앞으로도 영원히 살아가야 할 고향이기 때문에 이웃을 해롭게 하거나 나쁘게 하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지방 자치 시대에 책임 있는 자치행정을 펼치는데 중요한 잣대는 임기가 끝나고 나서도 단체장이 고향에서 계속 살지에 대한 판단이라 생각한다. 고향에 살면서 기쁜 일, 슬픈 일을 같이 나누며 정겨운 이웃들과 어울려 동고동락할 그런 사람이야말로 고향을 이끌어갈 바람직한 지도자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익산경찰서장을 마치고 정년 5년 남기고 명예퇴직을 한 후에 고향에 남았다. 그 이후에야 고향에서 실제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이 다시 그려지기 시작했다.

첫째, 고향에서 실제로 산다는 것은 이벤트나 행사가 아닌 일상으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별도의 약속이 없어도 평범한 일상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예기치 않은 만남을 통해 소통이 이뤄지고 고향 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어려움이 피부로 와 닿는다.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침묵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둘째, 고향에서 실제로 산다는 것은 어떻게 하면 우리 고향의 어려움을 해결할까 고민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 출발은 외지에서 오는 분들에게 익산 맛집을 소개하면서 시작되는 듯하다.

고향을 좀 더 자랑스럽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출발로 정책을 구상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우리 후손들에 대한 염려와 걱정이 앞선다. 10년, 20년 후의 미래세대를 위한 관심을 가지면서 정책이 성숙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셋째, 고향에서 실제로 산다는 것은 고향에서 뼈를 묻을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들을 마련하게 된다는 뜻이다.

노후 생활을 위한 전원주택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고 노년을 건강하게 보낼 요양원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게 되며 자신이 묻힐 묘자리를 위한 구상을 하게 된다. 이곳이 바로 나의 뼈를 묻어야 할 고향이기 때문이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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