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째 얼음생수 봉사 ‘익산흰돌교회’

‘○○한 셈치고’ 운동 성도들 너나없이 참여 마르지 않고 샘 솟아

사진 가운데 정재덕 장로. 맨 오른쪽 송현석 목사.

함열 장날은 사람의 향기가 물씬 묻어나는 익산의 대표 5일장이다.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애써 농사지은 농산물을 듬뿍 담아 주고, 덤까지 얹어주는 인정이 넘치는 장날이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은 ‘생수봉사.’

장이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시원한 얼음생수를 무료로 나눠준다.

그늘 한 점 없는 뙤약볕에서 물건을 파는 노점상에겐 한 줄기 ‘생명수’와도 같다.

얼음생수 봉사의 주인공은 함열읍에 있는 익산흰돌교회 성도들.

올해로 15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장터에 나와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도하고 있다.

봉사 기간은 한 여름인 6~9월 4개월 간. 하루 목표량은 500ml 500개. 가장 태양이 작열하는 오후 2시에 시작한다. 요즘처럼 더운 날이면 3~40분이면 동이 난다.

성도들은 장날 오후 2시 보령약국 앞에서 모인다. 생수를 실은 트럭이 도착하면,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하나 둘씩 생수를 들고 시장을 누빈다.

노점에서 물건을 파는 어르신부터 손님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나눠준다. 몇몇 단골손님(?)들은 생수가 실려 있는 트럭에서 직접 가져가기도 한다.

생수병에 붙어있는 문구 “행복하십시오”란 멘트도 빼놓지 않는다.

스티커는 교회를 알리고 봉사의 의미를 알리기 위해 직접 제작했다.

송현석 담임목사(56)는 “뙤약볕에서 물건을 파는 노점상들을 위해 봉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점차 장터를 찾는 손님들에게도 제공하고 있다”며 “처음엔 단발성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성도들이 너나없이 동참해 어느덧 14년째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생수봉사가 자리를 잡아가자 아예 ‘생수전도팀’을 따로 구성했다.

대장은 정재덕 장로(여‧64). 정 장로는 생수병에 흰돌교회를 알리는 스티커 작업부터 냉동 저장, 운반까지 진두지휘한다.

대원은 최인원 안수집사와 이점수, 양대영, 박현숙, 김미순, 이영란(이상 권사), 홍현신 집사 등 7명.

물론 송현석‧최순옥 목사 부부도 대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정재덕 대장은 “우리 교회에선 ‘생수전도대원’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꼭 대원들만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게 아니다. 주말이나 쉬는 날 장날이 걸리면, 직장인들도 참여해 봉사의 기쁨을 누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마르지 않고 14년 동안 생수봉사를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한 셈치고’ 운동 덕분.

성도들은 ‘커피 한 잔 먹은 셈치고’, ‘밥 한 그릇 사먹은 셈치고’ 자발적으로 특별헌금을 낸다.

이 헌금을 모아 생수를 마련한다. 500여 교인 전체가 생수봉사에 참여하는 셈이다.

익산흰돌교회는 ‘한 셈치고’ 특별헌금을 모아 매년 불우이웃돕기와 김장김치 나눔 활동도 펼치고 있다.

송현석 담임목사는 “(생수봉사) 물론 전도 목적도 있다. 하지만 뙤약볕에 앉아 물건을 파는 노점상과 장을 찾은 손님들에게 시원한 물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선 ‘사랑’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한사코 취재를 마다한 정재덕 장로는 “어느덧 함열 장날의 마스코트가 됐다. 생수를 건넬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는 어르신과 시장 상인, 그리고 이웃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황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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