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걸어 오르는 입주민.

어양동 23층 고층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3일 동안 멈춰서면서 입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입주민들은 관리업체의 늑장 대응에 분통을 터트렸다.

입주 시작한지 만 4개월도 안 돼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면서 부실시공 의혹도 일고 있다.

5월 25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고장난 것은 지난 15일.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곧바로 엘리베이터 상황실에 고장을 접수했다.

상황실 담당자가 점검한 결과 고장난 부품은 전북에서 구할 수 없는 부품이었다.

다음날인 16일 인천에서 부품을 받아 수리에 나섰지만 엘리베이터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루가 지난 17일 다른 부품을 공수해 교체했지만 이 마저 실패했다.

이날 오후 7시쯤 주요 부품 전체를 교체한 뒤 엘리베이터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층이 바뀔 때마다 엘리베이터에서 소음이 나 여전히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엘리베이터가고장난 3일 동안 입주민 44세대는 발이 묶였다.

입주민들은 출퇴근길 대책없이 계단을 걸어서 오르내렸다.

짐을 든 입주민들의 얼굴에는 낭패스런 모습이 가득했다.

문제는 노약자.

이들은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면서 꼼짝없이 집에 갇혀 지내야 했다.

답답한 마음에 바람을 쐬려 밖으로 나오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학생들도 힘들긴 마찬가지.

가방을 메고 계단을 오르내렸다. 등교길 계단을 내려오느랴 시간에 쫒겨 허둥댔다.

특히 고층에 사는 입주민들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배달된 택배물건에 진땀을 흘렸다.

상황이 이렇자 관리소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관리소 직원들은 아파트 이미지 걱정에 말을 아끼면서도 주민들이 본사에 항의해 줄 것을 은근히 바라는 모습이었다.

입주민 김모 씨는 “오전에 고친다. 오후에 된다. 마치 양치기 소년을 보는 듯했다”며 “인천에 직접 가서 고장난 부품을 1분 1초라도 빨리가져와야지 택배로 받는 게 말이 되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김 씨는 또 “엘리베이터 관리업체가 입주민의 고통을 조금만 생각한다면 이처럼 한가하게 대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반증하듯, 1층 엘리베이터 입구에는 ‘승강기의 주요부품인 인버터 고장으로 인해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었습니다. 현재 부품을 신청해 놓은 상태이며 부품이 도착하는데 시간이 걸려 17일 오전까지 운행이 중단될 예정입니다’는 내용의 안내 쪽지가 붙어 있다.

주민 이모 씨는 “익산 건설업을 대표하는 시행사가 엘리베이터 시공사와 관리업체에만 맡겨 놓고 나몰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아파트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오티스엘리베이터사가 제작한 17인용이다.

관리는 익산 대명엘리베이터가 맡고 있다./송태영 기자

송태영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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