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임이 편안한 도시, 발걸음을 부른다

익산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역사는 편리함을 찾아서 발전해가는 시간이다. 길거나 짧거나 인간의 생활은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누리고자 한다. 사무실 벽에 ‘귀히 쓰는 그릇’이라는 제목의 액자가 있다. 금, 은, 나무, 질 등 다양한 재료의 그릇이 외형과 상관없이 용도에 충실하게 사용되면 그 존재가 귀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쓰임새가 맞아야 한다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늘 깨우치는 지혜이다. 비단 물건만이 아니다. 사람도 장소도 그렇다. 만나기 편해야, 그 곳에 가서 편해야 자꾸 보고 싶고 가고 싶다. 그리고 쾌적해야 한다. 새 아파트, 신도시가 인기를 누리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살기 편하고 청결한 거주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재현한 레트로 문화 공간들도 과거의 장소들을 현대의 물자들로 재해석해서 편하고 쾌적해졌다.

지난 80년대까지 익산 뿐 아니라 주변 도시 지역에서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는 익산역 앞 ‘영정통’과 중앙동, 그리고 서중매 시장. 그 당시 보기 드문 번화가로 하루하루 수많은 인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수레바퀴 뒤편으로 기억만 남기고 사라진 익산의 부흥기. 구도심은 날로 쇠락했고 이제 사람들의 방문은 뜸해져만 간다.

구도심하면 어쩐지 모르게 가지게 되는 선입견이 있다. 골목과 담장, 색 바랜 콘크리트길 그리고 틈새마다 솟아난 잡풀에다 군데군데 버려진 페트병이며 쓰레기들. 거기다 녹슨 가게 간판들이 시간을 더한 잿빛의 도시 정경이 떠오른다. 과거의 화려했던 흔적들은 색을 잃었다. 지나간 흔적을 힌트 삼아 이곳을 다시 세울 수는 없을까? 어떻게 해야 편하고 가고 싶은 장소가 되게 할 수 있을까? 어느 한 시기 삶의 애환을 나누는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주민들과 지역 근방 방문객들이 앞 다투어 자신을 뽐내며 모이던 도시공간으로서 어떻게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쓰임’이 편안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안심하고 마음 놓을 수 있는 장소를 먼저 찾게 된다. ‘레트로’의 탄생 배경에는 그 편안함이 있을 것이다. 과거가 가지고 있는 추억과 향수, 기억과 회상의 감정들. 부정적인 감정들을 최대한 절제하고 긍정적인 감정들로 편안하게 재해석하여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편안함. 그 감정을 최적화하여 구현해 줄 장소가 있다면 그 누구인들 방문하지 않을까? 역 주변을 곳곳이 메우고 있는 작은 공간들. 오랜 맛을 간직하는 식당과 세월의 흔적인 손때가 묻어있는 가게들. 물리적 편안함이 거기에 더해진다면 그 공간들이 만들어 낼 가치들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전국에서 드물게 근대역사와 함께 성장한 교통의 요충지인 익산역에 대한 향수와 기대는 크다. 좁고 빈 건물이 방치된 채로 군데군데 눈에 띄는 거리와 주차 공간에 인색한 관광지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 누구나 이곳을 방문하였을 때 필요로 하는 것을 해결해주는 편안함이 갖춰지는 것, 관광지의 일 순위 과제이다. 익산역을 중심으로 한 구도심을 활성화하여 대표 관광지로 탈바꿈시키는데 보통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감성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자연스럽게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다. 익산 역사 주변을 활성화시키고 관광 자원화 하는 일. 도시의 위상을 다시 세우고 일자리와 인구 위기까지 해결해내는 첫 번째 숙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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