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신랑? 오빠? 알쏭달쏭한 호칭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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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광대LINC+사업단 지역선도센터 담당 |
지난 두 번째 이야기에서 남자와 여자는 남자의 충실한 견공 아랑이의 아파트 입주를 성사시켰다. 날짜는 점점 다가오는데 남자와 여자가 준비해야할 것은 많았다.
남자는 털털한 편이고 여자 역시 털털하지만 오랜 회사생활을 통해 일정과 계획을 짜는 일을 곧잘 하곤 했다.(이후에 신혼여행 일정과 프로그램 계획, 예산 집행, 관리, 예비비 등 또한 여자가 맡게 된다.)
본가에서 여자는 어머니께 “오빠가 오이를 못먹어”라고 했다가 된통 혼났다.
“이제는 오빠가 아니지”라며 여자의 어머니께서 여자의 등짝을 찰싹하신 것이다. “오빠 말고 뭐라고 해야혀? 임자?”라고 되물으니 “신랑, 남편이라고 해야지!”라는 어머니의 답변이 돌아왔다. 주변 사람들에게 “신랑이, 신랑이랑”등 신랑이라는 단어를 쓰기에 뭔가 낯간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자는 처음에 당당하게 임자라고 남자를 불렀다.
“색시야, 오늘 반지 고르러 가야되지?”
“임자, 이따 학생회관 1층 피닉스샵 주얼리뱅크에서 봐!”
남자는 여자를 색시라 부르고, 여자는 남자를 임자, 남편이라고 부른다. 서로 여보나 자기라 부를 때도 있다. 이렇게 호칭은 남자와 여자에게 있어 아직까지도 애매한 문제로 남아있다.
한 번은 금마에 있는 여자의 본가에서 여자의 아버지와 어머니, 여자와 남자가 차를 마시던 중이었다. 남자는 여자의 아버지에게 “야가 요즘 바빠서 운동을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하자 여자의 아버지의 눈이 매섭게 변했다.
“결혼하는 부부가 ‘야’라고 하면 안 되지. 서로 지켜야 할 예의를 지켜고 서로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말씀에 남자와 여자는 거듭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이제 슬슬 각자의 짐을 영등동에 위치한 아파트로 옮기고, 한복을 맞추고, 남자의 정장도 사는 시간이 돌아왔다. 남자와 여자는 시간이 날 때마다 짐을 날랐다. 한복은 북부시장에 위치한 왕과비 한복백화점(063-831-1800)에서 맞췄다. 여자는 남자의 한복 가운데 그려진 백호를 마음에 퍽 들어했지만 남자는 백호가 고양이 같다고 여자에게 귀띔했다.
10월은 잔인해지기 시작하는 달이었다. 코로나19의 확산 상황에 따라 남자는 새벽에 출근하기도 했고 밤늦게 퇴근하기도 했다. 여자 또한 사무실에서 맡고 있는 일들이 적지 않은 편이었기에 서로 시간을 조율해 반지를 맞추고 남자의 정장을 사러 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여자는 근무하고 있는 대학교의 학생회관 1층에 위치한 ㈜쥬얼리뱅크(063-850-5525, 010-2012-9422)에서 디자인 초안을 골랐다. ㈜주얼리뱅크는 익산 귀금속단지 내에 공장이 있고 학생회관 1층의 가게에서는 주로 제품 판매를 한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악세사리 관리를 안 하는 편이니 금반지로 결혼반지를 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사실은 처음에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반지나 실반지가 결혼반지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어쨌든 다행스럽게도 각각 2돈의 금반지가 두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남자와 여자는 반지를 보고 다시금 결혼을 실감했다.
이때쯤 여자와 여자의 아버지는 서로 의견충돌이 잦았다. 여자는 바쁜 업무 속에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이따금 사무실 바로 옆에 위치한, 결혼식이 열릴 WM관으로 달려가는 것 자체를 피곤해했고, 여자의 아버지는 하객들을 모시는 일에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여자를 꾸짖곤 했다.
10월, 코로나19 방역 지침 때문에 결혼식이 끝나고 식사를 할 식사인원 예약에 대한 제한이 있었다. 처음에는 100명이었다. 방역지침 준수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지자체의 공무원이 직접 인원체크를 하기로 되어 있었기에 양가 부모들의 걱정이 계속 되었다.
여자와 여자의 아버지는 머리를 맞대고 궁리를 하다 3층의 공간을 하객 식사를 위해 추가로 대관해 식사인원을 150명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가 결혼으로 가는 길은 고속도로, 아우토반이 아닌 국도로 되어 있었다.
[예고] “선생님이 나오셔야 겠는데요?”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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