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전부터 성당면 등 익산서 사기행각 벌여 1명당 1~4억 원대 피해

경남 진주 자재 공급업체 약정서 제시 농민에 "대금 납부하라" 소송 제기 '이중고'

평생 고향을 지키며 농사를 짓고 있는 K씨(성당면).

K씨는 2017년 660㎡(200평) 규모의 버섯하우스 2동을 짓기 위해 삼례에 있는 온실건설전문 S사 대표에게 8천만 원에 공사를 의뢰했다.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러나 공정률 70~80% 쯤 S사 대표는 “외상대금이 많아 파이프를 더 이상 가져올 수 없다”며 “자재를 가져올 수 있도록 거래 약정서를 한 달만 이용할 테니 서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자재를 납품 받을 업체는 경남 진주에 있는 주식회사 T이엔지.

하루 빨리 버섯을 재배하고 싶은 마음에 K씨는 별 의심 없이 연대보증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거래 약정서를 이용해 외상으로 자재를 가져온 시공업체인 S사 대표는 돌변했다.

공사장에 나오지도 않고 공사는 사실상 중단됐다.

기다리다 못한 K씨는 결국 자비를 들여 하우스 공사를 마무리했다.

거래 약정서에 서명한 것을 잊고 버섯농사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지난 2018년  K씨의 악몽은 또다시 시작됐다.

경남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으로부터 등기 우편물이 도착했다.

버섯하우스 자재 공급업체 T이엔지가 물품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

T이엔지가 청구한 물품대금은 4억 원.

K씨의 버섯하우스 총 공사비용의 무려 5배다.

이처럼 농심을 울리는 하우스 건설 사기단이 익산에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공사를 신속히 마무리 짓고 싶은 농민들의 마음을 교묘히 악용해 그들의 주머니를 털고 있다.

하우스 건설 사기단의 행각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에게 피해를 본 농민은 지금까지 익산에서만 100여 명.

피해액은 1인 당 1~4억 원 대에 이른다.

이들 사기단의 수법은 매년 농민 1~2명만 집중 공략한다.

또 지역을 옮겨 다니며 농민들의 의심을 피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로부터 사기 피해를 본 지역은 춘포·여산·성당·망성·낭산·용안면 등 익산 전역이다.

김제·부안 등 인근 지자체에도 피해 농민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이엔지의 수법도 교묘하다.

T이엔지는 불안한 농민들의 심정을 이용해 “비밀유지 조건으로 물품대금을 깎아주겠다”며 합의 각서에 서명을 요구한다.

이후 합의 각서를 법정에 제시하는 수법으로 농민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농민들은 재판을 받기 위해 진주지원까지 오가야 하는 불편과 재판에서 기업을 이길 수 없다는 판단에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물품대금을 물어주고 있다.

하우스 건설 사기단의 행각을 잘 아는 농민 D씨는 “30여 년 전 성당면 한 농민은 논 10 필지(당시 1억 원)를 날리고 지금도 남의 집 살이를 하고 있다”며 “하우스 건설 사기단이 지금까지 활개를 칠 수 있었던 것은 피해를 입은 농민들이 자괴감과 자포자기 심정으로 사건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D씨는 또 “농민들이 하우스 건설 사기단에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사법당국의 수사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농민들도 약삭바른 사탕발림에 속지 말고 시공 업체를 선정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태영 기자

송태영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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