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과 농민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평범한 쌀농사에서 벗어나 기능성 쌀을 생산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상원 황등 고은영농법인 대표(50)가 ‘도담벼’를 재배한 계기다.

최근 도담쌀로 만든 수제맥주가 호주국제맥주대회에서 은메달을 수상하면서 서 대표가 생산한 도담쌀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2017년 우연한 기회에 수원 농업기술용화재단으로부터 도담벼 시험재배를 권유받았습니다. 벼농사에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에 곧바로 황등 들녘에서 시험재배에 도전했죠.”

첫해 재배면적은 4천㎡(약 1천200평).

하지만 도담벼 재배는 일반 벼보다 까다로웠다. 뿌리내림이 약해 벼 이앙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한 시간이면 충분히 모를 심을 수 있는 면적이 꼬박 한나절이나 걸렸다.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를 도와 함께 일하던 아들 민수 씨(26)는“왜 이런 품종을 선택해 사서 고생하느냐”며 짜증을 냈다.

도열병에 약하고, 키가 커 도복 위험도 따랐다. 일반벼 보다 수확량도 적었다.

서 대표는 도담벼 재배 데이터를 분석했다. 병 관리를 꼼꼼히 하고 비료를 적게 주어야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다행스럽게 도담쌀이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문이 밀려들어왔다. 수제맥주· 곤약제조·영유아 간식을 만드는 회사에서 도담쌀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왔다. 도담쌀의 가능성을 확인한 서 대표는 재배면적을 늘렸다.

도담벼 수확 모습

서 대표는 올해 황등 들녘 자신의 논 4만㎡(약 1만2천평)에서 도담쌀 25톤을 수확해 수제맥주회사에 6톤, 곤약제조 회사에 13톤을 공급했다. 나머지 물량도 판매에 걱정이 없다. 쌀국수, 선식 등 기능성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부터 주문이 밀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도 일반미 시가보다 10% 비싼 가격에 전량 계약 재배해 소득도 높다.

무엇보다 도담쌀은 혈당저하와 다이어트 효과가 좋은 저항전분 함량이 일반 쌀보다 10배 이상 함유돼 건강에 좋은 쌀을 생산한다는 뿌듯함이 더해졌다.

서 대표는 흑미·홍미·녹미·향미도 재배하는 도전하는 농민이다.

수도권 대형 매장에서는 600g 들이 5개 1세트가 3만5천 원에 인기리에 팔렸다. 쌀을 상품화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서 대표는 지난 2009년 고은영농법인을 설립해 생산·가공·유통 체계를 갖추면서 대규모 영농에 나선다.

서 대표가 경작하는 논은 33만㎡(10만평). 이 중 서 대표의 농지는 8만3천㎡(약 2만5천 평). 나머지 논은 임대다.

서 대표의 오늘은 말할 수 없는 노력과 고생의 결과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고 익산 이모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2남2녀의 장남으로서 어린나이에도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에 고교진학을 고민했다.

주위의 도움으로 어렵게 이리농업고등학교에 진학해 영농학생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직접 재배한 배추와 무 등 채소를 모현동 새벽 도깨비시장에 내다 팔면서 농사에 눈을 떴다.

88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 황등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땅 한 평 없는 서 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시 활황기를 맞고 있는 석재공장 취직뿐이었다.

낮에는 경운기로 논을 갈고, 밤에는 석재공장에서 일하기를 무려 8년.

한 가지도 힘든 일을 서 대표는 가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일념으로 버텨냈다.

서 대표는 눈 코 뜰새없는 바쁜 영농에도 지역사회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신기2마을 이장, 황등면 이장단협의회 총무, 익산시농업경영인 부회장, 익산시 희망농정위원회 식량분과 위원장, 익산시 농민연대 집행위원장, 황등면 중심지 활성화사업 추진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송태영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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