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의회 의원(익산 3선거구)

고대 중국 전국시대의 대장군들은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오면 왕으로부터 각종 재물을 하사받았는데, 전쟁에서 세운 공적에 따라 그 양이 달라졌다고 한다. 다만 서로 간에도 어느 정도의 재물을 하사받았는지 알 순 없는 노릇이라 모여든 식객들의 수를 보고 재물의 많고 적음을 짐작하곤 했는데, 이 때문에 대장군들 사이에서는 몇 명의 식객을 모았느냐를 놓고 과장된 표현이 오갔다고 한다.

대략 2천여 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 대한민국의 자치단체장 사이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고대 중국의 대장군들 사이에선 공(功)의 우위를 점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식객의 수였다면, 현재 대한민국의 단체장 사이에서는 국가예산 확보액이다.

매년 이 시기가 되면 특정 자치단체장이 얼마의 국가예산을 확보했느냐가 화두에 오른다. 전라북도의 경우 사상 최초 국가예산 8조 시대를 열었다는 보도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졌으며, 익산의 경우에는 국가예산 7천억 원에 진입한 지 1년 만에 8천억 원을 돌파해 많은 이목을 끌었다.

이러한 화려한 공적 탓에 해당 자치단체장이 사상 최고액의 국가예산액을 확보하기까지의 일대기가 마치 영웅담처럼 입방아에 오르내렸고, 상대적으로 국가예산 확보액의 증가가 적은 자치단체장은 패배감을 느껴야 했다.

그러나 과연 그 민낯은 어떨까? 2021년도 국가예산 총액은 555조로 이 중 전라북도의 국가예산 확보액 약 8조 2천억원은 전체 대비 약 1.5%에 불과하다. 언젠가부터 ‘전북 몫 2% 찾기’라는 표현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최근 5년간을 보더라도 전북의 국가예산 확보액 비율이 1.5%를 넘긴 해는 없다. 실제적으로도 2021년 국가예산 총액의 2%는 약 11조원에 달해, 8조원 확보만으로는 한참 모자라다.

더구나 현재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수 십 년간 추진 중인 새만금 관련 예산을 전라북도 예산에 포함시키고 있고, 대부분이 계속사업이어서 신규 사업에 따른 예산확보는 약 4천여억 원, 전체대비 대략 5%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마저도 전주 등 특정 도시 사업 중심이라는 논란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새만금 사업의 비중 줄이기, 역내 균형발전 관점에서 균형 있는 신규 사업 발굴 등 개선 요구가 끊임없이 빗발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편 자치단체별로 전국 대비 인구규모 비율에 따른 국가예산 확보 목표액과 실제 확보액 비교, 관내 국가기관의 확보액을 제외한 실질적인 확보액 산출 등 조금 더 세밀하고 엄정한 기준으로 평가해본다면, 국가예산 확보는 요란한 보도와는 달리 실질적인 성과가 다소 부족한 실정이다.

물론 필자도 많은 국가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다양한 정책 시행전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라는 것에 적극 공감하지만, 고대 중국의 대장군들이 사살한 적군의 수가 아닌 식객의 수로 자존심 대결을 펼친 것처럼 국가예산 확보액만이 대대적으로 부각되는 일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국토 면적 중 전북의 토지 면적이 차지하는 면적 비율(8.0%), 전체 국민 중 전북 도민 수 비율(3.4%), 국내 경제에서 전북 GRDP가 차지하는 비중(2.8%)을 고려하여 국가예산 총액의 3%이상을 달성할 때까지 예산확보를 공적으로 내세우는 것을 미루고, 인구수 감소 억제나 인구 증가 수를 공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맞다고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의 존재 이유는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발전에 있다. 확보한 예산의 많고 적음보다 확보한 예산으로 어떤 정책을 펼쳐서 지역주민과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더욱 부각 받아야 한다. 특히 올해는 포스트코로나 등 새로운 정책 환경이 만들어진 만큼, 기존 관행과는 다른 철저한 혁신과 쇄신이 필요함을 인지해야 한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